모임에 제시간에 들어가지못해 뒷문으로 들어갔다.
슬그머니 들어갔음에도
툭,툭, 발디딛는 감각이 편안하고 소리도 내지않는 친숙한 나무계단을 찾아 내려가면서 바라다본 테이블 저쪽으로는 주인이 직접연주하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이미 와있는 몇몇 시인은 시를 낭송하고 있었다.
반대편 계단을 올라서 문을 열고 나가면 오래되고 견고한 "명륜당서점"이 있다.
거리의 유리창에서 책이 가득한 안쪽을 한참동안 바라보아도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는 불편함이 없이 책의 향기가 풍겨지는 정리가 잘된 깔끔한 공간이여서 나는 책을 구입하지 않을때도 심심해지면 가끔 이 유리창 앞에서서 한참을 서있다 돌아가고는 했다.
그때마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워져 부르지도 못하는 노래까지
흥얼거리기도 했고 누군가 심심해하고 있는 내 등을 살짝 치면서
"여기서 뭐해요"하고 돌려세워줄것 같기도 했다.
지난 주 서울서 손님이 왔을때 북적거리는 봄날의 장풍경과 함께 이 서점을 보여주고 싶어 서점 지하에 있는 카페로 식사를 하러 가다 잠시 멈추어 서서
"이 서점 한번 바라보세요. 여유롭지요? 들어가서 책 뒤적여 보고 싶어지지 않으세요?" 했을때
기자는 "아.. 그러네요. 책이 많으면서도 집에 있는 서재같이 편하네요, 이런 서점 오래간만에 보는데요"했다.
괜히 으쓱해져 서점옆에 붙은 나무문을 열었을때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하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이 나왔을때도
"약간 어둡기는 해도 나무계단이라 만만하지요"했을때
다른날처럼 카페주인남자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봄나물이 가득했던 식사는 맛있었고 누군가를 위해 부르기보다
자신에게 들려주기 위해 나직히 부르는것 같았던 "찔레꽃향기"를 부르는 주인의 모습을 밥먹으면서 슬쩍슬쩍 고개빼며 쳐다보다가
"저렇게 나직히 부르니까 꽃이 다 지고 있는듯한 느낌이 드는데요."하며 수저를 놓고 그 포만감을 더해줄 커피를 양손으로 감싸 안았을때 느껴지던 따뜻함과 좋은것들이 함께 이루어지던 연대감에 베시시 웃었다.
"잘 웃어요?"
"네..제가 좀 싱겁거든요, 원래 괜히 잘웃어요."했을때
노래소리가 끊기고 주인을 앞세워 얼굴이 하얀여자가 다가왔다.
어두웠던 카페안이 환해졌다.
나는 얼굴이 하얀여자를 보면 참 아름답다 싶어 눈부시다.
인사를 하는데 명륜당 서점 안주인이라고 했다.
안주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안주인,,서점하고 참 잘어울리는 모습이네요. 참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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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전 그자리에서 시인들이 모여 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소를 그리는 가난한 화가도 어둠속에선 얼굴을 빛내고 있었고
문화원 원장님께서 읽어주던 수필 낭송은 피아노소리를 멈추게 했다.
오랜 숙원으로 문학을 꿈꾸어 오던 카페주인내외는 즐거운 몸짓으로 차를 내왔고 ..
나는 회장님께 잠시 마이크를 빌려보자 했다.
모두가 나를 주목했던 그 시간...
무슨 용기로 그랬을까...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달아올라 고개를 들수가 없다.
무슨말을 했느냐 하면..
"나는 별반 사람들의 성격이 냉정하고 모나지않는 인심좋고 유순한 시골을 좋아합니다.
지금이라도 방한칸만이라 좋으니 마당이 넓고 산이 낮고
곳곳에 냇가가 있어 숨어있기 좋은 이 옥천으로 이사오고 싶지만
잦은 이사에 친구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제 제 욕심을 접고 아이들이 성인이 될때까지 시골에 들어오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가끔씩 오지 못하는 시골집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져 휘청거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들어올 그날,
집옆으로 산길이 나있는 오롯한 집한채 분명히 나를 기다리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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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옥천을 사랑합니다."
그때 그자리 옥천을 사랑할수밖에 없었던 오래된 시인들 틈에서 나는 감히 흥분한것이다.
어쩌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