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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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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들 보셨나요??


BY 이쁜꽃향 2003-04-24

추적추적 봄비는 종일 내리고
별로 할 일도 없어 컴 앞에 앉아 수다 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 터에
누군가 노크를 한다.
"소포 왔어요,
아드님이 보낸 거 같은데요?"
웬 소포??
두 달 후면 제대한다더니
그동안 받았던 편지들 모아서 보냈나?

자판에서 손을 떼어
상자를 흔들어 보았다.
행여나 편지뭉치가 아닌 다른 게 들어 있는 게 아닐까하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
하기야 뭐 아무런 날도 아닌데
다른 게 들어 있을 리가 없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무언가 기대를 하고 있는 어리석은 내 모습에
스스로도 놀라고 말았다.
바랄 걸 바래야지 군발이에게 뭘 바란담...
아들넘이 워낙 자상한지라 꼭 이런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다르다.
편지뭉치라면 움직임이 거의 없을텐데
소포 안에서 무언가가 구르는 느낌이 온다.
대체 뭘까?
잽싸게 상자 테잎을 뜯었다.
군대 건빵 두 봉지,
종이접기로 만든 꽃모양 장식 둘,
그리고 사과 모양의 장식,
그 사이로 동전이 가득 든 돼지 저금통 하나.

이게 대체 무슨 동전이지?
의아해하며 아들넘의 편지를 꺼냈다.
편지를 읽어내려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자꾸만 흘러 내렸다.

'아부지 어무이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로 시작된
아들넘의 편지는
우리의 결혼기념일에 맞춰 보내려 했는데
유격 훈련에 들어가버려 군에 없는 지라
날짜를 맞출 수 없어 미리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일병 때부터 동전을 모은 것인데
아마도 십만원쯤 될 거라며
결혼기념일날
어무이 좋아하시는 회 한 접시 드시라는 내용이었다.
마지막에 동전이 꽉 차질 않아
만원을 동전으로 바꿔 채워 넣었단다.

군인 봉급이 얼만데...
그걸 조금씩 남겨 이 날을 대비했을 아들넘...
작년 화이트데이에는
운전 나갈 때마다 너댓개씩 받은 사탕을 몰래 모아 두었다가
소포로 보내와 날 울게 만들더니
요번엔 뜬금없이 또 이렇게 금일봉으로 돼지저금통을 보내다니...
편지를 읽고 또 읽고
눈물은 자꾸만 흐르고...

'어무이,
전화 받으실 적 마다 켈럭켈럭 기침하시던데
성질 좋게 쓰시우,
그래야 어무이 건강에 좋으신께..ㅋㅋㅋ'라는 유머까지 잊지않는
내 사랑하는 아들넘.

어~이, 님들아!!!
이런 아들 보셨나요?
사실은 너무 기분이 좋아
님들께 자랑하려고 이 글을 쓴다우^^

그 돼지 잡아야 해요,
그냥 그대로 살려 두어야 하나요??

이런 아들 장가 가 버리면 모두 변해 버린다죠?
변하면 어때요
이쁜 딸같은 며느리 데려 오면 되지...

에~휴~~
울 아들 보고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