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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행


BY 사과나무 2001-08-29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선 계절을 막론하고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나곤 하였다.
지금껏 일을 가지고 있었고 교회에선 오르간 반주를 하고있어서 시간이 여유롭진 못했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아 혼자서 과감히 배낭여행을 떠나곤 했다.

늘 쉴 틈 없이 일만하고 사는 나에게 남편은 항시 안타까운 듯 떠나는 나를 한번도 붙잡지 않았고 오히려 출장 다니며 익혀놓은 호텔 및 여행정보를 상세하게 알려주곤 했다.

우리는 젊고 힘있을 땐 되도록 멀리 다니고 늙어 힘없을 땐 가까운 나라를 여행하며 휴양하며 살자는 신조였다.

그래서 맨 처음 떠난 곳이 미국동부 쪽이었다.
처음여행인지라 긴장도 되었고 모두다 본토발음을 하고 있으니 난 입이 딱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발음들이 하나같이 너무 좋아 신기하기조차 하였다.

난 오기가 발동하였다.
그들에게 서툰 영어의 맛을 톡톡히 보여주리라고.
그렇게 나의 여행은 시작되어져 적지만 30여 개국을 다녀보았다.
많은 추억과 함께 여행의 참 묘미를 깨달아 알게 되었고 또 다른 문화를 접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터득하였다.
비록 오대양 육대주로 나뉘어져 있다 할지라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그다지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가을이 시작되니 어디론가 나만의 자유로운 세계로 떠나고픈 마음에 눈을 감고 아련한 기억 속에 빠져본다.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서 만난 거리의 악사 는 지금도 자기의 곡을 직접 연주하며 테이프를 많이 팔고 있을까 해맑은 눈과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섬세한 손가락도 그대로 일까..
귓가에 지금도 남아서 들리는 듯, 바이올린의 청아한 소리는 나의 심연 속에 간직되어져 있고.
구레나룻이 정답게 느껴졌던 가끔씩 떠오르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은 바지 차림으로 활보하는 내게 대여섯 명의 고등학교 정도의 남자애들이 달려와 사진을 찍어대며 홍콩 무비스타 아니냐고 물었던 짓궂은 모습도 추억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장신구를 워낙 싫어해 실 반지 하나 끼지 않고 다니던 이유 하나 때문에 나에게 프로포즈 하였던 네 명의 남자들도 떠오른다.
자기도 한국인이면서 나에게 끝까지 유창한 영어로 뽐내던 어느 여인도 갑자기 궁금하다 .
조금 더 살아보겠다고 피라미드 안에 들어가서 앉아있었던 일, 예수께서 세례 받으신 요단강 물을 병에 퍼 담아온 극성엄마.

세느강의 멋진 야경도 그대로 변함없겠지.
그런데 소문난 잔치 먹을게 없다고 막상 가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도 많이 있었다.

여행은 지치고 권태로운 삶에 활기와 윤기를 더해준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떠나고자 할 때 누구나 일상에서 훌훌 털고 떠나기는 더더욱 쉽지 않은게 여행이다.

그래서 여행은 도전인 것이다.
난 이 가을에 또 한번의 도전을 시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