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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09

임자있는 여자들의 행복


BY 칵테일 2000-12-22


내 나이 또래 친구들 모임에 가면 느끼는 게 있습니다.


무엇이든 서툴고 어눌했던 새댁 시절부터 40을 바라보는
이 나이까지 함께 먹고 보니, 서로가 생각하는 것이 거의
비슷하지요.

일찍 시집을 간 친구는 어느새 벌써 큰 아이가 중고생이
되어 있기도 한, 장년의 문턱을 디디고 선 아줌마들
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던가 뜨거운 한 여름철에 아파트 옥상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별을 본 적도 있었지요.

20대가 끝이날 땐 30대도 괜찮아하며 깔깔대며, 서로를
위로했던 친구들.

해를 거듭할수록 허리살도 늘어가고, 잔주름도 스멀스멀
하나씩 피어나지만 언제나 만나면 반가운게 친구들입니다.

어쩌다 한 친구가 화장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무슨 연예인 들고 다니는 화장 케이스를 꺼내
나오는 데, 깜짝 놀랐답니다.

스킨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바르고 두드리고, 붙이기
시작하는 데, 화장이 아니라 아예 '분장'을 합디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름도, 용도도 알 수 없을 별별
희한한 화장품이 다 있습디다.

이걸 다 바르니?
신기해 제가 물으니까 오히려 절 더 의아해하니
이런 해괴한 노릇이 어디 있습니까?

넌 그럼 다 안 바르니?
어머, 화장 안하고는 난 슈퍼도 못가!

입맛이 쓰더라구요.
버간디 칼라의 루즈 하나 달랑 바르고도 전국 어디~나
다 나다닌 저거든요.

이젠 우리가 결코 젊지 않다는 것을 저 아닌 내 친구를
통해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하긴 내 친구들의 남편들은 거의가 다 40 중반 고개를
넘어갑니다.

제 남편과 무려 10년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과
사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럼 우리들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냐구요?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지요.

학교 운동회땐 뭐뭐 해서 가야하고, 선생님에게 어떻게
해야 좋아하고 어쩌구.

어느 동네 아파트값이 한달 새에 얼마나 뛰었대더라,
그걸 그때 잡지 왜 놓쳤냐 저쩌구.

몇 동 몇 호 누구 엄마네 남편이 바람이 나서 아예
갈라섰대더라, 위자료 안 줄려고 감쪽같이 집도
팔았대더라 등등.

요즘 살 빼느라고 단전호흡 다니는데, 효과를 좀
봤다는 둥.

우리집 남자는 이번에 부장으로 승진했는데, 안 짤린
것만도 다행이라 겹경사라는 등등..... 이야기. 이야기.

......
우리는 영락없는 아줌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남들이 그저 아줌마부대라고도 하는 그 자체일 뿐입니다.

우리가 그렇게도 경멸해 마지않던 그 아줌마의자리에
우린 너무도 확고히 차고 앉아있었던 것입니다.

아줌마들은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들끼리는
절대로 어울려다니지 않는 확고부동한 원칙이란 게
있습니다.

하지만 아줌마가 어떻습니까?

그래도 집에 돌아가면 두리뭉수리한 몸매나마 여자로
봐주는 남자가 있는데요.

혹시 이런 거 아십니까?
고급 패션 매장에서 조금 쓸만한 옷이다싶으면
"예매" 딱지 붙어있는 거 말이에요.

아줌마라고 만고에 불량품처럼 괄시받는 우리지만,
그래도 이미 오래 전에 한 남자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아 눈을 멀게한 존재 아니었나요?

그러니 아줌마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그래도 그 "아줌마"인 우리들을 위해 몸과 마음과
순정을 바쳐 죽는 날까지 헌신하는 남자가 있는
--임자있는-- 몸이거든요.

또 하나!
21세기를 열어갈 시대의 인재를 길러내고 있는 것도
우리, 바로 아줌마들이잖아요!!!!!!

임자있는 여자들의 행복이란 바로 그런 거거든요.
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되어주는 삶.

남편도 자식도, 결국은 우리를 통해 모든 것을 얻잖아요.


30대 여자의 행복은 20대 때와는 조금 다르네요.
이제는 40대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한해를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기도 했지만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어느 시절에도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거죠.

지금 이대로의 삶도 행복하다는 생각... 해봅니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