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5월은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겨졌다.
유난히 바람이 간지럽던 날이었다.
소풍삼아 한 가족 나들이였으므로 분명 목덜미를 데우던 햇볕이나
멀미를 부르던 차 냄새나
하다못해 양쪽 꽁지 잘려 색색으로 맞춰진 김밥의 기억
한 조각이라도 있을 법 하지만
그 해 5월은 한 장의 사진으로만 남겨졌다.
바람으로 빗질 되던 보리밭에서
꾸미지 않은 행복으로 설크러진 한 장의 사진...
이후, 25년 이상이나
사진이 아닌 그리움이나 또 그 비슷한 기억으로
나를 그 보리밭으로 데려가 5월이 아니어도 5월을 온 몸으로
느끼게 했다.
이제, 그 사진 속의 내 나이가 된 딸은
새로운 방식으로 현재를 탐색하고 기억한다.
요즘, 해리포터에 나오는 말포이의 지독한 팬인 아이는
내가 그 사실을 잊을새라 틈틈히 각인시켜 주곤 한다.
하필이면 부정적 모습으로 비쳐지는 말포이의 팬이냐는 건
아이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유가 있는 저녁식사 시간은 말포이에 대한 관심을
식구들과 공유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걸 아이는 놓치지 않는다.
마법에 대한 환상도 이미 오래전에 햇볕에 드러난 봄 눈 녹 듯
없어 져 버린 나이지만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아이의 이야기를 주시한다.
난 이제 말포이의 키가 160이며 17살, 3명의 형들,
롤러 블레이딩과 수영, 크리킷,농구를 좋아하며
애완동물은 없고 생일은 9월
그리고 그의 이름이 Thomas Andrew Felton인것까지 기억한다.
아..그리고 아래 이빨에만 교정기를 끼우는 것까지...
지금 나도 다른 방식으로
내가 모르는 한 장의 사진을 아이에게 남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부모님이 그 날 나에게 당신들도 모르는 선물을
나에게 남겼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