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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에 관한 명상


BY 이화월백 2003-04-17

읽을꺼리가 많지 않던 어린시절 어쩌다가 군것질을 할수 있는
용돈 100환이 생기면 집에서 조금 먼 시장통의 과자가게로 달려갔었다.

그곳에는 비가나 십리사탕(십리를 갈 정도로 오래먹을수 있는 단단한 사탕)

또는 삼각형 비닐 봉지에든 오렌지 주스를 선택하고도
좀은 낡았지만, 덤으로 만화책을 볼 수있었기 때문이다.

길다란 널빤지로 된 의자에 앉아 달콤한 사탕을 입안에 넣고
만화책을 읽고 있는 상황은 어린날의 행복 그 자체였었다.

그러나 백환을 모두 만화책만 빌린다면 새 만화책 두권을 읽을수
있었기 때문에 달콤한 과자의 유혹을 물리치고 만화책만 빌린다는 것은

마음을 아주 갈등속에 두는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만화책을 빌리는데
투자를 했었다.

그때 읽었던 만화가 <엄마찾아 삼만리> <에밀레종> 등등이었다.
제목은 잊었지만 가난한 "훈이"가 새벽에 두부를 팔기위해서
두부 지게를 지고 가다 자전거에 받혀서 두부를 못쓰게 되었을때의
안타까움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외에도 그 당시로서는 드물게 칠성세계라는 만화 잡지가 있어서
그걸 사달라고 엄마를 졸라대다가 혼이 나기도 했었다.

좀 더 자라서는 곳곳에 만화와 무협 소설을 빌려주는 대본 집이
생겼지만 나는 고상하고 정숙한(?) 여학생이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그곳엘 가보고 싶었지만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 다녔다.

나는 고상한 병에 걸려있어서 사실은 잡지나 신문에서 먼저
만화를 챙겨 읽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보는데서는 만화따위를
어찌 읽느냐는 포즈를 취하고는 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나는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버리고 월간 만화 잡지
보물섬도 사주고 같이 읽으면서 아이들과의 공동 화제로 삼기도 했는데

만화를 눈여겨 보니 사실 내용이 좋은 만화도 참 많았다.
온 국민의 필독서라 할 만한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는
물론 소장 되어 있고 이현세씨의 '공포의 외인구단'도 전질을
구입해서 식구들이 돌려 가며 읽는 동안 즐거워 했었다.

고우영의 십팔사략도 읽고 이원복의 '자본주의 공산주의'와
'신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신의 나라 인간의 나라'등은 읽는 동안 공부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딸냄이가 적어도 이 정도는 읽어 두어야 한다고 강변하는 바람에
읽게 된 만화책이 있는데 내가 여러님들께 강력히 추천하는
만화책이기도 하다.

마스터 키튼!!!

<시마과장> <몬스터> 등을 만든 '우라사와 나오키'의 원작인데
주인공은 전영국육군특수부대 SAS 의 멤버였고 대학의 고고학 강사이며
아르바이트로 보험 조사원 일을 하는 일본과 영국의 혼혈인.

'히라가 키튼'이라는 사람이 보험 조사원 일을 하면서 겪게되는
여러 사건들을 단편으로 묶은 것인데

한권에 대략 두세가지의 이야기를 수록해서 전 16권(내가 읽은것의
전부, 뒤에 더 발간됐는지 모름)이 있었는데

이내용을 TV 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방영하기도 했었다.
신문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소개할때
(해박한 고고학 지식과 군사 상식들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전개가 탁월하다.
키튼이 벌이는 흥미 진진한 모험담, 주인공의 인간적인 매력,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느껴지는 잔잔한 감동이 각별하다.)

이 평은 사실 일것이다.
왜냐하면 누가 마스터 키튼을 빌려 오는 날이면 우리 식구들은
서로 먼저 읽을려고 쟁탈전을 벌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만화를 그린 스토리 구성이 단단하고 그림도 아주 뛰어나며
세련된 구도로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아 그리고 세계 여러 지역에 대한 상식이 저절로 생겨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