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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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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BY 용숙 2003-04-12



아침부터 화장실 문이 잠겨 열리지 않았다.

아침엔 누구나 화장실 가기가 급한데 문이 열리지 않으니 답답할 지경이다.
밤새 한번도 화장실에 가지 않았으니 급하기 짝이 없었다.
꾹 참고, 급히 밥을 앉히고 된장을 끓이느라 잠시 화장실 가는 것을 잊고는 정신없이
아침밥 짓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도둑이 제발 저리듯 남편은 자기가 화장실 문을 잠근걸 만회라도 하려는 듯
온 집안에 열쇠를 다 찾아서는 이것저것 맞추어 보며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다 쓰고 있다.
뭐든 꼼꼼하여 실수라곤 안 하다는 사람이 어쩐 일로 화장실 문을 안으로 잠그고 밖에서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네 식구에 화장실 하나를 쓰고있으니 아침에 화장실은 늘 줄서기를 해야한다.
그러한 지경인데 문이 잠겨 버렸으니 비상 이 걸린 것이다.
급하다는 둘째에게는 앞에 양철지붕 집의 밖으로 난 화장실에 가라고 일러주며
등을 떠밀었다.

남편은 어떻게든 해결을 해보려고 끝까지 문에 붙어 서있다.
망치, 팬치, 드라이버, 온갖 열쇠들을 늘여 놓고 금방이라도 될 것처럼 용을 쓴다.
나는 남편의 실수에 화가 나서 말없이 밥만 하며 이방 저방을 왔다갔다하였다.
밥상을 차려 방에 들여놓았는데도 남편은 아직도 문에 붙어 서서 올 생각을 안 하고있다.
큰놈은 화장실 볼일도 꾹 참은 체 밥상머리에서 말없이 밥만 먹고 있다.

하필이면 바쁜 아침에 문이 잠기다니 생각할수록 부아가 났다.
남편이 밉살스러워 고개를 떨구고 아이들과 계속 밥만 먹고 있다.
“거, 잘 안되네!” 남편은 열 쩍은 듯 밥상에 와 앉아 급히 밥을 먹기 시작한다.
나는 애써 참으며 딴 데 관심을 두는 척 큰놈에게 언제부터 시험이냐고 다른 말을 해버렸다.
그러나 온통 잠긴 화장실 문 생각뿐이었다.


두어번 양철 지붕 집 화장실을 오가며 화가 치미는 걸 억지로 참았다.
낮선 집 화장실은 어찌나 불편하던지....
열쇠아저씨를 불러 놓고 아무 것도 못하고 그 사람만 기다리고 있다.
오로지 잠긴 화장실만 바라보며 우두커니 기다린다.
‘열쇠아저씨 빨리 오세요.’
드디어 땅딸막한 반가운 열쇠아저씨가 작업복 차림으로 집에 왔다.

문고리를 빌빌 돌리더니 금방 철커덕 하며 문을 열고는 출장비를 받아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린다.
일순간 걱정이 다 사라지고 조용한 평화가 다시 찾아왔다.
‘열쇠아저씨 참, 고맙네...!’
‘또 잠기면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