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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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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BY 나비 2003-04-12

내가 매일 코앞에다 두고 바라보는 산 이름은 남산이다.
남쪽에 있어서 남산인가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남산의 올바른 뜻은 앞산이란다.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나 옷을 약간 두툼하다싶게 챙겨입고 운동화끈을
조이고 얇은 머플러까지하고 길을 나선다.
언덕배기를 올라가면 절이있는데 입구까지 포장공사를 했다.
처음부터 ?이 포실포실한 길이면 좋겠지만 ..
아침이라 기온이 싸늘하다.
머플러로 목을 싸매니 옷을 하나 더입은것 보다 효과가 좋다며
준비안한 친구에게 자랑삼아 한번 흔들어 준다,


산 입구와 절 입구가 갈라지는길 포장은 거기에서 끝나고
촉촉한 흙이 기다리고있다.
포장공사와 마지막 흙과의 경계선은 잘 버무리지 못한 아스팔트 알갱이들이 뭉글뭉글하게 엉켜서 두툼하게 경계선을 만들어놓고있다.

울퉁불퉁하고 두꺼운 아스팔트사이로 연하디연한 풀하나가 뚫고 나와있다.
솔잎처럼 삐죽한 바늘같은 잎사귀 서너개를 사나운 게 팔들고 공격하듯이 팔팔하게 세우고 있다.

저 여린것이 이 두꺼운 아스팔트를 어찌 뚫었을까..?
신기해서 한참을 넋놓고 쳐다본다.
산에 오니 마음도 섬세해지나보다.

약간의 비탈은 이름모를 부지런한 손길이 가는통나무를 계단처럼 흙에다
박아놨다.
몇개 오르다보니 땅바닥과 어깨동무하고 잇는 보라빛 제비꽃이 보인다.
너무나 작은꽃이 새벽이슬을 머금어서일까 당차보이는것이 서슬이 퍼렇다.

잠시 한눈이라도 팔다가는 어느순간에 밝을지도 모른련만
오고가는 발걸음들이 모두 피해가고 있나보다.
한걸음씩 올라가다 보니 몇개의 제비꽃 무리들이 더 있지만 하나도 손상되지 않았다.
조심히 발을 옮겼을 마음들을 생각하니 꽃을 본거 보다 더한 기쁨이 마음에 고인다.


진달래가 한무리씩 얼마나 부지런히 피었는지 그이른 아침시간에도 활짝들 피어있다.
내처 집안에만 있으면서 봄은 언제오려나..
진달래가 피었는지 개나리가 피었는지
입으로만 봄을 기다린 내가 너무 부끄럽다.
오는봄도 신발신고 마중나가야 빨리 만날수 있는것을...

어려서는 산에 진달래가 피면 한아름씩 꺽어다 사이다 병에 꽃아놓던 기억이 있었다.
지금도 진달래보니 ?p가지 꺽어다 집안을 환하게 봄으로 장식하고 싶기도 하지만 내 뒤에 와서 감탄하며 좋아할 사람들을 위해서 눈으로 보기만 한다.
나만 그런 마음이 아닌가 보다 .
꽃있는곳 어느곳이던지 풍성하기가 부자집 곳간같다.
높은산도 아니니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가니 군데군데 체육시설이 준비되어 있고 몇몇의사람들은 쉬엄쉬엄 운동을 한다.


개나리로 터널을 만들어 놓은곳이 있어서 길 가운데 서서 김치하고 웃어본다.
친구는 손가락으로 사진기를 만들어 입으로 찰칵 소리를내며 사진을 찍어주고 노란색의 개나리는 밤하늘에 폭죽터지듯 화사하다.


옛날에는 예쁜 꽃이 보이면 꽃옆에다 얼굴을 들이대기도하고
아니면 꽃나무 가지를 한손으로 약간 휘어잡고 사진을 찍었었다.
지금은 꽃옆에다 얼굴을 들이댈 자신이 없으니 여기서 또한번 인생무상이
느껴진다.


약수터가 있다 .
돌틈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오랜시간 받다보면 그 밑은 우묵하게 패여서 자연적으로 물웅덩이가 생기고 웅덩이위로는 늘상 물이 졸졸졸 흘러넘쳤다.
그 옆 바위 위에는 약간 깨지고 때가 앉아서 꺼매진 쪽박이 얌전히 옆어져 있다.
쪽박으으로 물을 휘휘저어서 떠먹던 물맛은 이제 생각뿐이던가.

현대식으로 앙큼맞고 깔끔하게 지어진 허리높이의 약수터는 물한방을 튄 자국 없을 정도로 정갈하다.
빨갛고 파란 플라스틱 바가지로 수도를 틀어서 물한모금 받아본다.

처음 서울로 전학와서 물먹으러 수돗가에가서 물을 ?어 입으로 받아먹으려다 기겁했다.
병원에서나던 소독약 냄새가 서울은 물속에서 진하게났다.
물한모금 먹으려다 구토까지 일으켰던 기억이 남아서 지금도 맹물은 안 먹는다.
꼭 그 느낌처럼 수도 꼭지를 틀어서 물맛을 보니 이물이 돌틈에서 흐른다면 얼마나 맛있을까...
음식은 눈으로 먹는게 반이라고...
플라스틱 바가지를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산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몸에서 열이나 목에다 두른 스카프를 얼른 풀른다.
손에다 들고 다니자니 귀찮은 생각이 들어서 허리에다 묶는다.
묘한 패션을 하고서 철봉에도 매달려보고 허리돌리기도 한다.
친구랑 벤치에 앉아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하늘을 보니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달아준 새집에 새들이 입주해 살고있다.


여기저기 나무들은 어린 유치원아이들의이름이 적힌 명찰을 가지끝마다 달고 있다.
나는 이 나무와 친구가 될래요...
나무가 명찰을 달고 있으니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다.
유치원에서 달아준 명찰, 소방대에서 달아준 노란 리본 .어느 산악회에서 달아준 빨간리본...나무는 바람이 불면 그것들이 흔들려서 간지러울것만같다.
간지러운데 ...
누가 긁어주지도 않는데 자꾸만 달아주는 사람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산의아침은 부지런한가보다 .
해가 중천에 떠서 눈이 부시다.


산을 바라본다.
그안엔 나모르는 어린싹들이 자라고 활짝핀 꽃잎들은 땅으로 돌아가고
새들은 하늘을 날고 나무들은 서로의 가지를 늘여트려 ?J어주고 바람은 이얘기 저얘기 궁굼한 사연들을 전해주고있을텐데...


산에서 내려와
산을보니 산속의 모든 풍경이 더욱더 정겹고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