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강력범죄와 아동 성범죄자들의 처벌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9

겨울밤의 외출


BY 꽃벼루 2000-12-19

밤 11시

달빛이 밝았다.
텁텁한 방안의 공기가 스물거려서 베란다 문을 열고 차가운 공기를 힘껏 마셨다.
그래도 다 가시지 않는 텁텁함
달빛을 하얗게 가슴으로 스며들고 보이지 않던 별빛까지 가슴으로 쏟아져 내리는데.....
스치는 바람이 미약하다.
씽씽 추운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옷장을 열고 두툼한 오리털 잠바를 꺼냈다.
딸아이의 부츠를 신었다.
어느새 엄마랑 같은 싸이즈의 신발을 신게된 딸아이는 깊은 잠속에 빠져 있었다.
더운지 이불을 다 차 버리고 양팔과 다리를 벌리고 아주 편안히 자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소리나지 않게 열쇠로 문을 잠근다.
엘리베이터에 붙여진 거울에 비친 여자의 얼굴이 낯설다.
발소리가 나지 않게 경비실을 지나 아파트 단지를 벗어났다.
바람이 옷깃을 파고 가슴으로 스민다.
퉁퉁 부어있던 눈두덩이와 손가락에서 부기가 다 빠져버리고 텁텁하고 막혔던 가슴에 환한 창문하나가 열린는 것 같다.
바스락거리며 바람에 스치는 낙엽들의 부스럭거림이 초겨울 밤의 정취를 더한다.

옆에 선 남자의 따뜻한 손을 잡아 주머니에 넣고
가슴에 울렁이는 사랑을 달빛에 보낸다.
설레임,
10년의 세월에도 이 겨울밤의 외출은 나에게 설레임을 준다.
아파트단지 끝에 있는 약수터에서 졸졸거리는 물빛에다 달빛을 담아
약수 한통을 채워서 돌아오는 그 길에 남편의 따뜻한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겨울밤은 다시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