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충주 가야 돼."
"지난 주에 갔다 왔잖아."
"기범이 아버지 환갑이야. 나 혼자만 가면 엄마 서운해 할 걸. 준 규 보고싶을 텐테..."
"그러지 뭐. 모처럼 잔치 음식이나 먹고 와야겠다."
"맘대로 해,그러든가."
친정에 다녀 온지도 한 달이 훨씬 넘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주엔 은근히 친정에 다녀왔으면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친구 아버지 환갑이란다. 우리 시부모님은 결혼 전에 모두 환갑을 지나셨는데, 그 때 뭘 잘 몰랐던 남편은 친구들을 초대하지 않은 모양이어서 이번에 아버지 환갑은 맞은 그 친구도 오지 않았었다고 들었다.
그렇더라도 가서 축하인사 하는 것이 못마땅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심 처가에 가는 것을 미루고 친구 아버지 환갑에 간다는 것이 서운하긴 했다.
평소의 마음 씀씀이가 늘 그랬다면 많이 서운했겠지만, 무뚝뚝한 한편으로 생각이 밉지 않은 구석이 있어서 크게 문제 삼고 싶진 않아서 동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며느리 입장이랑 딸 입장은 그렇게 다른 걸까?
어른들 생신때나 명절이면 때때로 느끼는 건데, 시누이들이 바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현대아파트에 살 때는 형님(시누이)이랑 바로 이웃이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왕래를 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자분한 서로의 집안일을 다른 형제들에 비해서 많이 아는 편이었다. 언젠가 형님의 시어머니가 다니러 왔을 때 형님댁에 간 적이 있었다. 평소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 얘기 저 얘기 허물없이 잘 하는 편인 형님에게서 약간의 낯설은 모습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