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작은 딸아....
목감기에 걸린걸까
새벽녁의 너는 열이 나더구나
아파도 아프다 소리 한 마디 하지 않는
7살 나이답지 않은 의젓함이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구나
오랜만에 만난 학원 친구들이 너무 좋아 아파도 가야겠다고
말하던 너였는데....
아픈 아이를 남겨두고 출근할 수 밖에 없는 엄마를 둔
나의 딸들아....
지금 이 시간은 무얼 하며 지내고 있니?
친구가 놀러왔다고 했지?
방학내내 얼마나 보고싶었겠니.... 그래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는 많이 나누었니?
엄마도 없이 동생을 데리고 병원에 다녀온 아홉살 바기
큰 딸아 .....
너무 일찌기 너에게 큰 짐을 지우는 이 엄마가 정녕
밉진 않는 거니?
엄마는 몸은 나와 있어도 마음은 온통 다 너희에게로
가 있단다.
너희들끼리 먹는 점심이 마음에 걸려 점심시간 1시간을
내어 집에 가려 하였더니
"엄마. 우리가 알아서 먹을께요.... 괜히 더운데 오시지
마세요...."
하며 어른스럽게 말하던 너희들이었지
사실 엄마는 너희들끼리 집에 있는 시간엔
또 얼마나 집안을 어수선하게 해 놓을 까 걱정도 된다만
엄마의 마음이란 건 기꺼이 청소부 노릇을 하더라도
너희들이 아무일 없이 하루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만
바란단다.
엄마는 우리집 청소부라고 졸졸 따라다니며 장난치는
나의 딸들아......
오늘 저녁엔 엄마가 좀 편한 청소부가 될 수 있을까?
제발 좀 치우라고 잔소리를 하다가도
마음 한켠에서 너희들끼리 엄마 없이 잘 지낸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잔소리도 늘 스르르 사그라들곤 하지.....
피자 한쪽을 먹어도 접시 몇개는 기본으로 나와 있고,
개인용 물컵에, 포크 나이프까지 착착 꺼내어 차려놓고
먹는 걸 보면 너희들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보다.
촛불같은 건 켜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혹여 집에 불이라도 나면 어쩌겠니?
정이 많아 아직도 엄마의 팔뚝이며 가슴을 더듬거리는
나의 큰 딸 정아.....
너의 큰 키만큼이나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너의 생각을
엄마는 고마운마음으로 읽고 있단다.
통통한 우리 엄마가 너무 예쁘다고
뽀뽀를 남발하곤 하는 너의 눈은
누굴 닮아 그리도 초롱한 빛이 나는지?
너의 눈에 비친 예쁜 엄마의 모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하여
엄마는 오늘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살아야 겠지.....
동그란 얼굴에 먹는 모습이 소담스런
예쁜 입술을 가진 나의 작은 딸 미야....
너는 이름처럼 제2의 조수미를 꿈꾸는 건지
늘 노래를 달고 다니는 그 조그만 입이 넘 이쁘구나
때론 터프한 춤으로 우리 가족 모두를 배꼽잡고
웃게 만드는 너의 통통한 엉덩이는
넘 귀엽기만 하단다.
사랑하는 나의 딸들아.....
너희들은 언제나 엄마에게 피로회복제 같은 존재란다.
지치고 힘들때면 서로 어깨를 주물러 주겠다고
달려드는 너희들을 보면
사람들이 이래서 자식을 키우는가
하는 생각이 든단다.
그래, 너희들끼리 먹는 점심은 어땠니?
지금 동생은 좀 어떤지, 잘 놀고 있는 지
엄마는 늘 걱정이 많구나.
아직도 엄마 품에 안기기를 좋아하는 너희들에게
너무도 일찍 모든 걸 혼자 알아서 하게 하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된단다.
무엇보다 문 열면 서 있어 주는
"엄마, 나야"하고 말하면 반기어 줄 수 있는 곳에
있어주질 못하는 엄마는 늘 미안한 마음이구나.
하지만 다 잘해 주리라 믿는다.
믿는 만큼 너희들이 자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오늘부터라도 잔소리를 좀 줄이고
말없는 청소부가 될 지언정
너희들을 마음으로는
아주 많이 사랑하는 엄마로
너희들 곁에 있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