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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화장실만 이용했다는 손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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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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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손님


BY 용숙 2003-03-31



남편의 육촌누나가 집에 왔다.

몇년 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랫만의 상봉이다.
여행을 와서 동생네 집에 들러 보아야 할 것 같아 왔노라고 하였다.
함께온 일행들은 여관에 남겨 두고 누나 부부만 집에 온것이다.

헌데
남편누나 아직 자리에 앉지도 않으며 하는말.
"자네도 이제 나이 들어 보이는 구먼"....!
아! 갑자기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 지며 "네..에 그런가요?"
과일과 차 한잔을 하며 점심식사를 다 마칠때 까지
나는 온통 '자네도 이제 나이 들어 보이는 구먼'
이말에서 벗어 날수가 없었다.

내가 나이들어 보인 다는 것을
아니 나이가 이미 들어 버린 것을
몰랐단 말인가.
아! 내가 착각속에 살고 있었도다.
오랫만에 만난 남편의 누나에게서 오늘에사 깨닫게 되다니..

저녁에 텔레비젼 앞에 앉아 있는 남편에게
나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냐고 물었더니 그런줄 몰랐더냐고 하는게 아닌가.

그 옛날 밥은 안먹어도 화장을 안하곤 밖을 나가지 않았던 나 였는데.
어찌보면 화장에 목숨 걸고 산 나였는데.

그러고보니 화장을 안한지가 몇년인지 기억 조차 없다.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로 살아가는 다른 주부들을 보며
진실해 보이는 얼굴이 좋았고
오히려 청초함 마져 느껴 그것도 괜찮을것 같아 화장하지 않고 살았던 것인데.
무엇보다 편하다는 이유로 그랬던 것인데.
드디어 오랫만에 만난 누이로 부터 솔직한 평가를 받고 보니
화들짝 놀란 가슴을 뭐라 표현 할 수 조차 없어라.

난 아직 여자 이고 싶고
아니 영원히 여자 이고 싶은데...

고운 화초도 주인의 손길이 없으면 추해진다는 남편의 말이
가슴 뜨끔하게 와 닿는건
아직은 아름답고 싶은 마음 간절 하기 때문이리라.
흰머리는 성성한데 어찌 해야 하나.
하루가 다르게 눈꼬리가 쳐지고,뱃살은 출렁이고, 옆구리살 쳐지고,
쳐진 엉덩이 감추느라 긴 셔츠만 입고 살고 있으니 이걸 어찌 회복 해야 하나.
가는세월 무섭다. 그 보다 더 무서운게 또 있을까.

그래!
화장을 하자.
그렇게라도 해서 행복할수 있으면 그렇게 하자.
그래! 결론은 화장이야.
잡초 무성한 화초에 손길 주자. 다시 고와 지지 않아도 좋아.
여자임을 포기 하지 않으면 되는 거야.


"자네도 이제 나이 들어 보이는 구먼"

솔직한 손님 덕에 오늘 난 희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