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임신중지권 보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81

월급봉투를 받아 들며.....


BY 쟈스민 2001-08-20

오늘은 월급날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돈은 들어 있지 않고
전산으로 처리된 액수만 찍혀 있는
봉투를 받아드니 옛날 생각이 납니다.

처음에 입사했을 때
참 얼마되지 않는 월급이었지만....

그래도 그 때엔 참 큰 돈으로 느껴지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그 때의 월급은 현금으로 고스란히
동전까지 담겨져 있었던 쩔그렁
소리나는 봉투..... 누런색의 봉투였는데.....

집에 가면 가장은 어깨에 조금쯤
힘을 주어보며 한달간의 수고로움으로
얻어진 그 돈을 세어 보는 재미.....

앞으로 살아질 한달을 가늠해 보는
즐거움도 쏠쏠하곤 했었는데.....

요즘에는 통장으로 입금되고
빈 봉투만 받다 보니

예전의 그런 재미는 찾아볼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참 많기도 하지..
하는 마음으로 받아야지 싶습니다.

어쩌면 얼마를 버는 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많게 생각하고 쓸 수도 있음을
잊진 말아야지 하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봅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이 해야 할일을 하고
얻어지는 대가를 그저 보람으로 알고
그리 살아야하지 싶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몫이
자신이 일 한만큼 보다 늘 많다고....

내가 그만큼의 일을 정말 하긴 한건지
한번쯤 뒤돌아 봐야 할 것같은.....

월급봉투를 받는 시간엔
늘 그런 마음이 듭니다.

혹여 게으름이라도 피워서 적당히 시간을 죽이지는
않았는지.....

귀찮아하고.... 내가 꼭 이일을 해야 하나 하는 회의를
갖지는 않았는지....

자신에게 가해지는 스스로의 매로
거듭나는 자신이 되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로
월급날이 되면 으레 머리속에
어떤 혼란스러움이 일곤 합니다.

정확히 몇개인지 수도 없는 봉투를 받아들며
살아온 시간들.....

그것들이 내가 살아가는 세월만큼
하나 둘 쌓여 간다는 것

그건 내가 살아 있음의 의미이니
그냥 감사해야 하는 것들이지 싶습니다.

그럼에도 엄청난 액수의 돈이 쌓이고 있진 않는게
아이러니하지만....

내 아이들이 꿈 꿀수 있는 미래가 있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노후의 그림들이 거기에 보태어져.....

우리의 아름다운 날들이 한 페이지 씩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큰 돈을 벌고 있지 않아도
나는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나 봅니다.

그저 이번 달 부터는 조금더 절약해서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키워보며

오늘도 난 나의 월급봉투를
말없이 바라다 봅니다.

나의 20대를 거쳐 30대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마치 내가 잘 살아내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는 듯한 그 월급봉투엔

왠지 모를 서글픔 조차 묻어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뿌듯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주며
참으로 귀한 보물을 다루듯 받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이
때때로 우리에게 아주 커다란 행복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살고

저녁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난걸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나는 분명 행복한 엄마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나 보다 더 어려운 이를 위하여

내가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행복까지 누려 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면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