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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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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교실


BY 뜨락 2003-03-30

봄이다, 봄.....
어제 시장을 봐 오다가 양쪽 팔이 넘 무거워 방송국 앞에다 잠깐 내려 놓고 길가 잔디 밭에 퍼질러 앉았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려 보니 방송국 담 벼락안엔 온갖 갖가지 꽃들이 만개해 있다.
얼마나 바쁘게 살았으면 저걸 모르고, 아니 잊고 살고 있었을까.

새벽까지 일하고 오전은 잠을 자야하고 오후에는 운동을 간다.
그런데 3월초 부터는 한가지 일이 더 늘었다.
일주일에 두번은 자원봉사를 하러간다.
아침 아홉시부터.....
동사무소에서 주민들을 위해 개설한 기구들, 건강관리실.
그리고 풍물교실, 한글교실.
그중에 한글을 모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시는 한글교실은
정말 가슴이 뿌듯해진다.
ㄱ, ㄴ, ㄷ, ㄹ.....
또는 숫자 1, 2, 3, 4.....
딸네집에 전화를 걸고 싶어도 다른사람의 손을 빌어야 하는 그 분들은 그 어느 순간보다도 진지하고 숭고하기 까지 하다.
난 선생님은 아니지만
"선상님, 거기만 있지말고 나도 좀 봐 주이소."
"선상님, 8자가 잘 안써지는데예..."
"선상님, 이렇게 쓰면 됩니꺼?"
여러가지 질문에다 홍조띤 얼굴까지.
할머니들의 어깨에다 팔을 두르고 잘 안씌어지는 글자들을 연필을
맞잡고 같이 써 내려 갈때면 정말 뿌듯하다.
그 분들이 넘 좋아하시기 때문에.
일주일에 세번을 여는 한글 교실엔 단 1분도 시간을 어기시는 분이
안계신다.
배움에 대한 설움,
배움에 대한 열정...

"선상님, 모레 또 오면 되지예?"
"고맙습니더."
인사를 하고 나가시는 그 분들을 보면 잠을 못자고 와서 충혈된
내 빨간 눈이 하나도 시리지도, 졸리지도 않은거 같다.
그 분들이 빨리 배워서 길가의 간판들도 읽고
손주 손녀들의 편지도 읽고 딸네집에 전화도 맘대로 할수 있었음 좋겠다.

봄이 더욱 화사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