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일주일여 남겨둔 아이들을 데리러
시골엘 다녀 왔습니다.
두 딸아이가 어찌나 반가이 엄마를 맞던지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그래서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인가....
가슴속에서 무언가 뭉클한 느낌이 일고 있었습니다.
여름 ?빛이 아이들의 얼굴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밭고랑엔 빨갛게 고추가 익어가고, 들깨 내음 가득한
텃밭의 하늘은 유난히도 짙푸르고 높았습니다.
찰옥수수를 쪄서 구수한 이야기를 만들며
농약을 하나도 안 친 포도알를 세어 먹으며
귀한 것은 참으로 돈을 주고 사는 것만이
아닌 걸 아이들은 아는 건지
마냥 즐거운 방학이었다고
오랜만에 만나는 엄마에게 서로들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 놓느라
목소리를 한 껏 높이더군요.
살아가면서 보고싶고, 그립고 그런 것들을
자신의 마음속에서 차츰 알아 가며
참아보는 연습을 하기도 하는 것
그런 것을 아이들이 경험해 보는 것도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을 듯 하여.....
아직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니
맘껏 놀아보는 방학도 나쁘진
않으리라는 느긋한 생각을 가진 엄마를 둔 덕에
아이들은 구릿빛 얼굴을 하고
한달여를 신나게 놀다가
이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아이들이 방학이 되면 가고 싶어하는 곳이
있다는 것.....
그리워 하는 할머니, 할아버니가 거기 계신 것
만으로도 참 행복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주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말했지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새벽부터 일을 참 열심히도 하시더라고....
잠에서 부시시 깨어나면 으레껏 밭으로 나가
아침공기를 가르며 할머니를 불렀을 내 아이들.....
그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이 아름답기만 바라는 엄마는
아니지만 .....
곁에서 그 시골 생활을 지켜보면서 부지런함이 뭔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일구는 것이 어떤건지를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기를 바라는
나는 그런 엄마인데.....
도심의 아이들이 그렇듯 방학 내내 학원을 이곳 저곳
보내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가슴에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따뜻하게
바라다 볼 수 있는 마음을 남겨 줄 수 만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알토란 같이 여문 옥수수를 맛보며
아이들의 생각도 그렇게 가지런히 여물어 가기를
엄마인 나는 조용히 소망해 봅니다.
집에 오자마자 학원에 가려니 그동안의 늦잠 습관 때문에
영 자신이 없는지 며칠간은 집에서 워밍업을 하겠다고 하여
그리하라 하였는데.....
아이들만 두고 나오는 아침 출근길이
다소 마음을 무겁게 만들지만
내가 다 알아서 할께.... 걱정말고 다녀오세요....
하고 말하는 아홉살 딸아이에게
일곱살 짜리 동생을 맡겨두고
난 또 그렇게 하루를 살아내기 위하여
이렇게 새로운 시간속에 서 있습니다.
떠나오면서 차 창 밖에서 멀리 벗어날때까지
몇번씩이나 연거푸 안녕히 계시라고.....
시부모님께 손을 흔들어대던 아이들의
초롱한 눈망울엔
아름다운 여름 방학의 소중한 추억이 묻어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진정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아이들도 느낄 수가 있었음 하는 마음으로
시골에 보낸 시간 동안
내게 주어졌던 자유스러움에 감사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뒤에서 늘 지켜봐주시는
부모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키 만큼이나 생각이 자라고 있을 아이들
내 아이들에게.....
더 큰 사랑으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엄마가 되기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렵니다.
출근길 FM에서 흘러나오는
가을 노래 한곡이
마음을 사로잡는.....
그런 아침입니다.
그 노래에 취하여 추억을 더듬느라
시동을 끄고도 한참동안이나 우두커니
차에 앉아서 내릴 줄도 모르는 난
아마도 유난스레 가을을 타는
여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