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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 85 -[500자 세상]신입사원의 직업병


BY 닭호스 2001-08-20

대학 졸업 후 수개월간의 ‘백수’ 생활 끝에 드디어 모 기업 마케팅부에 입사한 윤모씨(25).


하지만 출근 첫날부터 “○○씨, 전화받는 태도가 너무 무뚝뚝해” 등 선배들의 가시 돋친 말 한마디부터 “자나깨나 ‘마케팅 우먼’이 돼라”는 상사의 압력까지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됐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난 윤씨.


“매일 혼나니까 군기는 잘 잡히더라고. 벌써 직업병까지 생겼어.”


“뭔데?”


“가끔 백화점에 가면 우리 회사 제품 코너에서 ‘이 제품 너무 좋더라’면서 바람을 잡게 되는 거야.”


“야, 정말 충성심 한번 끝내준다.”


“또 사무실에서 매일 수십통의 전화를 받다보니 이상한 증세가 나타났어. 한번은 쉬는 날 집으로 전화가 왔는데 수화기를 들자마자 ‘정성을 다하는 △△회사 마케팅담당 윤○○입니다’라고 말했다니까.”


“진짜 황당하다.”


“압권은 밤늦게 집에 들어오시는 아버지께 현관문을 열어드리면서 잠결에 ‘부장님, 잘 다녀오셨습니까’라고 했다는 거야. 나는 기억도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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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땐가...
반장질을 하고 있을 때다...

반장의 가장 큰 임무중의 하나가..
선생님께서 안 계신 반을 조용히 시키고... 학습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낮밤을 꼴딱 세우고도 할 말이 더 있을정도로 수다스럽기 마련이다...

꼭.. 그 또래가 아니더라도..
그렇지만 말이다...쩝~

일이 그렇게 되고보니 학교에서는 시종일관...
"조용!"
하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촌 동생들이 놀러왔다..
아이들이 전부 남자애들인지라...
귀를 막고 있어도 집은 윙윙거리는 진동음을 내며 부르릉거렸다..

그 때... 딩동 하고 벨이 울렸다...
조금전에 동생들을 주려고 시켜논 통닭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세우고 현관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막상 문앞에서..
"누구세요?"
라는 말대신... 내가 외친 말은...
"조용!"
이었다...

순간..상황은 말도 못하게 썰렁해졌다...
다행히 아이들은 거실에서 떠드느라 정신이 없었으며.. 나의 중대한 과실을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이내.. 나는 문 저편에서 조용! 이라는 소리를 듣고 무색해할 통닭집 아저씨를 떠올리자 그를 볼 자신이 없어졌다..

순간 나는 고민에 휩싸였다...

순간적으로 나의 큰 머리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잔머리가 매끈한 기계음을 내며 돌아갔다...

나는 유유히...
거실을 향해...다시 한번 큰 소리로..외쳤다..
"조용! 조용! 누나가 조용히 하라는 말 못 들었어? 조용히 하란 말이야..."
하고나서.. 천연덕스럽게..다시 통닭집 아저씨를 향해..
"누구세요?"
하고 물었다...
"통닭입니다.."
나는 문을 열고 통닭을 받아들었다...

"애들이 많은 모양이네요.."

"네.. 너무 시끄럽죠? 아무리 주의를 줘도,,,"

나와 통닭집 아저씨와의 대화는 나의 능글맞은 미소 한자락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완전범죄였다...

그것도 돌이켜보면 직업병이다..

나는 그런 세월을 디디고.. 이제.. 돌박이 아이를 둔 아줌마가 되었다...

나는 요즘 소위 엄마병이라 일컬어지는 또다른 직업병에 시달린다...

밤에 남편 옆에 누우면 나도 모르는 새에 남편이 잠들기를 기다리며 토닥토닥 남편을 두드려 준다...

그리고.. 병문안이라도 가서 누워있는 환자를 보면.. 그와 나사이의 관계나.. 지위와 나이의 고하, 성별을 막론하고.. 나도 모르게 호루루 까꿍 하며 혀를 차고 애 대하듯이 하게 되는거다.. 그리고 그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는 급기야 뽀뽀까지 하게 되는 불상사도 생긴다...

무슨일에든 너무 몰입하고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이 비록 소명의식 아래 자신의 온 몸을 불살라 바쳐야 할만큼 중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가끔씩의 자신을 돌아볼 느긋한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