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풀)
냇물이 줄래줄래 흐르던 뚝방길을
아이들과 앞서거니 뒷서기니 하며 걸었다.
발길에 차이고 종아리에 스치는 흔하디 흔한 풀이 있었다.
이 귀찮은 풀 이름이 갈풀이였다.
풀이파리 사이로 패랭이꽃이 햇볕처럼 눈부시게 우리를 쳐다보던 날이 저번주 월요일.
난 패랭꽃에 빠져서 패랭이꽃에 대한 나의 추억을 거슬러 뒤돌아보았다.
"엄마가 너만할 때 이 냇가엔 모래가 운동장같았어.
그 모랫가에 패랭이꽃이 심어 놓은 것 같이 한 밭 가득이였지.
짙은 꽃분홍빛이...아! 너무 이뻤지"
"정말 그랬겠다"
딸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난 그 때의 패랭이꽃을 손가락으로 그리며 냇가를 가르켰다.
엉덩이가 빨간 고추 잠자리가 갈풀에 앉았다가 날아갔다가 다시 앉았다.
딸 아이가 잡으려다 놓치고,
내가 다시 잡으려다 놓쳤다.
그런데 아들 아이가 잡았다.
역시 어려도 남자라고 한방에 고추잠자리는 나가 떨어져 버린 것이다.
"어구! 우리 상윤이 잘 잡았네.똑똑하네"
했더니 딸 아이가 그런다 그것이 어째서 똑똑한거냐고,
내가 딸아이 옆구리를 찔렀더니 왜 옆구리를 찔러한다.
"기집애,우리가 못잡은 걸 잡았으니까 그렇지..
그래서 귀여워서 그런걸...넌 동생이 귀엽지 않니?"
뭔가가 풀잎사이로 푸더덕 날아가서는 숨는다는 것이 바로 내 발 앞에 있었다."다 보인다.까꿍!"
메뚜기가 가느다란 손과 발로 자기만큼 가느다란 풀을 꼭 붙잡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 얼른 손으로 메뚜기를 낚아챘다.
"야들아! 메뚜기 잡았다"
손가락을 슬쩍 펴서 보아주었더니 이상한 색을 밝하고 있는 메뚜기였다.
"이~~~무슨 메뚜기가 이상하게 징그럽네"한다.
"으응~~~송장메뚜기라는거야"
'아무러면 어때, 닌 손으로 잡을 수 있어?'자신만만하게 속으로만 그랬다.
딸아이는 나무지팡이를 하나 주워 땅을 짚고 다니고,
아들아이는 엉덩이가 빨간 잠자리를 손가락에 끼고 다니고,
나는 송장메뚜기 날개를 잡고서 들길을 걸었다.
가끔씩 보이는 패랭이꽃과 입 꼭 다물고 있는 달맞이꽃과
법정스님책에 자주 등장하는 노란 마타리꽃과 합장하듯 같이 있는 곤충.
이게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노린재라 하고,
냇가 물풀사이로 날아다니는 까만 잠자리를 묻지도 않는데
물잠자리라고
이름을 알려 주었다.
뚝방 끝에 다달아서 우린 들고 다녔던 곤충들을 풀섶으로 높이 던져 주었다.
잠자리는 날개를 힘껏 흔들며 날아 가고"안녕. 잘 가"
메뚜기는 돌작밭에 가만히 앉아 버렸다."온돌방 같겠다.뜨겁겠다."
딸아이는 뚝방가로 막대기를 멀리 던졌지만 힘없이 앞으로 툭 떨어졌다.
"히히...겨우 고기냐" 했더니 다시 주어서는 집에까지 가지고 간다고한다.
심통은 누굴 닮아가지고...
들길을 걸으며 아이들과 같이
같은 소재를 가지고,
보고 느끼고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종아리에 스치는 풀을 헤치며,
손가락으로 곤충을 만지며,
손바닥으로 나무의 감촉을 느끼며,
발바닥에 밟히는 흙의 푸근함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 풀이 참 많다"
그 풀 이름이 갈풀이였다.
흔해서 지천이여서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질 뻔 했던 갈풀...
그래도,
들꽃 홈에 당차게 올라와 있는 이름이 있었던 풀.
갈풀이라네.
왜 이름이 갈풀일까? 궁금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