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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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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좋은데


BY 장미 2003-03-29



화창한 토요일
남편은 집옆 텃밭에서 하루종일 밭을 일구느라 정신이 없다.
고마운건 내게 도와 달라고 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온종일 그 일을 하는 거다.
힘들다는 말한마디 없는 것이 공연히 눈치가 보여
슬며시 내려가 보았다.
밭에 가는데 고무장갑을 가져갔다.
혹시나 도와줄 일이 있으면 거들려고 마음먹고 그렇게 내려갔다.
어슬렁 거리며 밭에 가니 작년 파가 아직도 어리디 어리게
억지로 자라고 있었다.
남편은 파를 옮겨 심기를 해보겠다며 하나하나 옮겨심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도와주는 흉내라도 내야 할 것 같아서 고무장갑을 끼고
남편의 옆에 앉았다.

난 흙에서 무엇을 한다는 것은 아직 까지도 별로 흥미가 없다.
그저 남편에게 쬐끔 미안하여 가본것 뿐이다.
너무 어린 파는 저쪽 한켠으로 던져 버렸더니 남편은
"하기 싫으면 들어 가거라" 하는 것이 아닌가.
무엇을 잘 모른다는 뜻을 가득 담은 그말에 획 돌아 오고 싶은걸
억지로 참고 그냥 옆에 있어 주었다.
산도 좋고 강도 좋고 자연은 모두 좋기만 한데
밭에서 무얼 한다는건 취미가 없다.

그 밭에서 나는 상치랑 쑥갓이랑 캐일등 온갖 채소는
잘도 뜯어 먹으면서도 흙 일은 싫다.
적지 않은 시골 생활에도 아직까지 적응이 안되는 부분이다.

"나 할일 없으면 그냥 간다"
남편은 언제나 처럼 "그래 들어 가라" 한다.
올해 텃밭 농사도 남편혼자 할것 같은 생각 든다.
작년에도 남편 혼자 다 하였는데
미안 하면서도 밭에 서 하는 일은 도대체가 시들하다.
제법 많은 파을 모두 옮겨 심고 손바닥 만한 밭을
마치 카펫처럼 잘도 다듬어 놓고는
농군마냥 삽을 들고 집으로 오는 모습이 조금 듬직해 보인다.

당신.
미안해
나 밭일 하기 싫어.
흙냄새는 좋은데 밭일은 그냥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