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너무 좋아 무엇을 해야만 될것 같아,
두리번 거리다 어제 빨지 못한 까무잡잡한
큰아이 실내화가 보였다.
운동화도 어쩌다가 빨게되는 상황이라,
어떻게 빨아야 하나를 생각하나,
예전 나의 실내화를 빨던 모습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화창한 주말이면,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언제나 다른 무엇보다도 해야하는일은 까만 실내화를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채우고,
햇볕 강한 마당 세면대 한쪽을 조그맣게 차지하고 앉는다.
어디하나 햇볕 피할곳은 없기에, 조그마한 눈을 찌푸리며,
한주일의 장난을 품고 있는 실내화를 빨기 시작했다.
물가득 먹은 양쟁이 세숫대야,
향기좋은 세숫비누와 항상 크기만하고 냄새좋지 않은 빨래비누는
한곳에서 언제나 동시에 담겨 있었다.
까만 실내화 물에 담갔다가 빨래비누 듬성듬성 칠하고서,
요즘솔과는 다르게 찔리면 너무나 아픈 듬성듬성한 솔을 가지고,
손이 빨개지도록 실내화를 딱는다.
하얀 거품이 어느새 까만 떼꼬장물로 변하고,
손으로 조금 물을 떠서, 비누칠된 운동화를 물을 뿌리며,
열심히 닦았었다.
그렇게 우리의 주말은 언제나 시작되었던것 같다.
비가 많이 오는 주말이면, 아예 빨지 않기도 했고,
아니면, 빨아야 하는 수건속에 돌돌 말아 꾹꾹 밟아가면서,
조금씩 말리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열심히 빨았건만, 어느날은 햇볕속에 비친 실내화의
뒷축은 땟물이 깨끗이 안빠져 노란 오줌물 같은 흔적이
남곤 하였다. 얼마나 속상했던지.....
큰아이의 실내화는 요즘꺼다.
그냥 다쓴 칫솔로 조금 문지르고 나니 정말 순식간에
깨끗하다.
큰맘먹고, 세숫대야에 물받으며 씻으려 했던,
내맘은 몇분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닦았던 그 시절보다,
더 희고 깨끗하다. 허무하다 해야겠다.
그래도,
그시절 월요일에 비록 앞엄지발가락쪽은 다 터져 실밥이
울틱절틱하게 나와 있던 내가 빨던 그 실내화를 보면,
월요일은 마냥 즐거웠었다.
우리 큰아이도, 햇볕속에 하얗게 말려놓은 실내화를 보며
좋아라 집안에서 신고 다니지만.....
오늘은 저 실내화가 나를 환하게 한다.
이 주말이 지나고,
또 정신없는 한주가 시작되겠지만,
저렇게 환하게 한주를 맞이하고 싶다.
실내화야 너는 좋겠다.
열심히 움직이고 나면, 한주마다 너는 깨끗해질수 있으니.....
주말마다 나도 너처럼 새로와 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