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합니다.
결혼후 한번도 울 남편에게 아침상 한번 안차려 준거 정말정말 반성합니다.
원래 아침밥 안먹는다며 먹기싫다는 신랑의 얘기에 내심 좋아했던 것도 반성합니다.
어제밤 11시까지 야근하고 12시넘어 돌아온 울남편, 비 홀딱 젖어 들어오게 한거 정말 반성합니다. 울아가 옆에 끼고 쿨쿨 잠자느라 비오는 것두 몰랐던거 정말 반성합니다.
남은밥 내가 다 비벼먹고 빈 밥통땜시롱 어제밤 혼자 컵라면 끓여먹은 우리남편..흑흑..정말 난 반성해야 됩니다..반성반성..
같이 직장다닌다는 이유로 여태 음식하나 제대로 할줄 모르는 한심한 마누라에게 그저 짜장면, 피자, 햄버거만 사달라는 반가운 요청을 하는 우리남편..좋아라 그딴것만 사다준것두 반성합니다.
엊그제 울신랑 베게는 조만치 휙 던져놓고 침대에 울아가 눕혀 같이 자는 바람에 울신랑 그 베개들고 건넌방서 자게 한것두 반성합니다..
에구에구 난 참 한심한 마누랍니다...
어제 밤1시.. 6개월난 울딸에게 우유를 먹이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저를 보며 울신랑 "에궁..불쌍타"하며 혀를 쯧쯧 차고 지나갑니다.
그전날..그니깐 일요일... 변변찮은 요리실력으로 시어머님 생신상 차린다고 오전내내 비지땀 흘렸던 날 위해 "우와 맛있다. 엄마 맛있지?" 하루종일 내편이 되어준 남편.... 같쟎은 밥상 한번 차리면서 모가 그리 번잡한지..에구궁..평생 울 띤랑 먹여살릴 수 있을란가 몰겠습니다.
회사다니고 울 아가보느라 신랑한테 할애할 시간이 정말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초보엄마에 초보마누라..거기에 초보며느리..
정말 삐걱삐걱 맨날 불안하기만 하지만..그래도 우리 가족은..덜컹덜컹 오늘도 잘 굴러갑니다.. 10년전 고등학교때 만나 결혼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지탱시켜줬던 그 위대한 사랑의 힘때문입니다..
고놈의 사랑이 몬지...클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