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린지 한참인데....
아직도....
달그락! 달그락!...
윷가락 던지는 소리가 난다.
우리가게 뒷골목엔 정월 보름부터 시작한 윷놀이가 아직 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것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낮부터 시작한 윷놀이는 밤이 이슥하도록
달그락! 달그락! 윳가락을 던진다.
도,개,걸,윷,모, 윷판이 그려진 위엔 만원짜리 지페가 수두룩 하다.
윷놀이를 하는 저 아저씨들은 허름한 옷차림에 아마도 노동일 해서 벌은돈을
저곳에 올려 놓고 한판에 몽땅 따고 싶은 환상에 저렇듯 꿈을 향해
윳가락을 힘차게 던지리라...
얼굴이 불과 한것이 바로 앞에서 대포를 파는 아주머니네서 막걸리 한사발을 마셨음이라..
뒷골목에 뭔가 볼일이 있어 갈라치면 난 종종 걸음을 친다.
그중엔 우리가게에 오는 손님도 있기 때문에, 나에게 말을 시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으로 고개를 숙인채 빨리 지나친다.
그네들은 가정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가정도 없이 혼자사는
남자들이다.
잠시 생각에 빠진다. 가정을 가진 이들은 저돈을 아내에게 같다 주면 얼마나 요긴하게 쓸것인가...
가정이 없는 자들은 저 돈을 잘 모아 장차 가정을 갖는데 보탬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판 돈은 한판에 몇십만원씩
이라니 도대체 저네들은 희망이 무엇일까?
그냥 아무도 부대끼는 이 없으니 저렇듯 윳가락에 인생을 실어 날리는것인가...
이곳은 앞길과 뒷골목이 이렇듯 신세계와 어둠의 세계를 이루고있다
앞길은 4차선으로 차들이 쉴세 없이 다니고, 가게들은 하나,둘, 세련되어간다.
이곳에 우리가게가 처음 문을 열때만 해도 가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모두들 무허가 집이니 도토리 키재기로 그냥 허름한 집을 헐고
두덕두덕 가게를 꾸며서 조금씩 곱창이나 팔고 선지머리 국밥집이나하고,수제비, 우동, 짜장면, 닭발 볶음, 응가집볶음, 이런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곳에 우린 비교적 다른가게보다 크고 생고기를 숯불에 구워서 파는 음식점을 내게 되었다.
비록 푸세식 화장실이엇지만 그래도 가게는 다른곳 보다 크고 고기는 얼리지 않은 생고기를 구워서 파니까 손님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건물들이 새로 지어지고 가게들은 쭈쭈 빵빵 늘어나고
날로 세련되어가니 우리 가게는 점점 노화가 되어간다.
이곳은 산으로 둘러 쳐져서 유난히 절도 많고 무당집들이 많이 있다
조금만 가면 경기도 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이 경기도 인줄알고
우리 가게에서 전화를 하면 02번을 누루고 한다.
우리 가게는 당고개라는 지명이 붙은 4호선 전철 역앞이다.
원래 당고개라는 지명도 신을 모시는 당집이 고개에 있고 당이 있는고개
그것이 당고개로 발전해서 지금은 당고개는 어딘지 잘모르고 사람들은 그냥 당고개 전철역 있는 곳이 신이 모셔진 자리 인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