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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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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그녀의 사랑스러운 아기


BY 만월 2003-03-07

일주일전 갑자기 멀리 목포로 시집간 동생이 전화를 했다.

이제 아기 나은지 20여일밖에 안 되었는데 우리 집으로 아기와 온다고 한다.

너무 놀라 한달 이라도 지나고 또 신학기라 나도 몹시 바빠 나중에 오라고 했다.

그런데 그날 밤 12시경 택시를 대절하고 온 동생...
대절료 20만원을 계산해주면서 아주 화가 났고 동생의 그 철없음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밤중에 이 어린 아기를 ....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도 났지만 동생의 그 아기를 보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동생의 시어머니께서 몸조리를 두주일 해주시다가 자꾸 교회를 권유하셨나보다.
그런 일로 제부와 다툼을 하다가 집에 간다고 하고는 짐을 싸서 내게 오다니 어쩜 저리 생각이 없을 까 하면서도 이왕 온 것 잘해줄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집이 넓어도 갓난쟁이 하나와 여동생인지라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니 마침 남편의 회사가 요즘 아주 바빠 한달은 늦다면서 신경쓰지 말고 잘해주란다.

동생은 작은 아파트 전세에 있다가 넓은 새집에 오니 자꾸만 언니 이것 얼마야? 언니는 좋겠다하면서 시무룩해한다.

어릴 때 부터 유달리 샘이 많고 내게 지기 싫어햇던 동생이었는데 마음이 묘하기도 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언젠가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은 너무 가난했고 그 때 엄마는 멀리 계신 이모님 댁에 나를 데리고 가셧고 그 때 본 이모댁은 너무 부유했다.

같은 자매면서 우리 엄마는 항상 미안해했고 뭔가를 얻어오고햇는데 이제 내 동생이 그런 기분을 느끼나 싶어 마음이 아팠다.

사실 처녀시절 동생이 많이 아팠을 때 한 십년동안 사천만원 이상을 병원비로 아낌없이 사용했다.
세월이 흘러 동생은 나았고 이제 결혼을 했지만 성인이 되어 지금은 저희 부부의 힘으로 살아야하는데 자꾸만 나를 의지하기도 한다.

못사는 동생이 안쓰러워 이번에도 출산 준비물을 전부 해주었고 노산이라 혹시 모른다고 남편은 제부의 통장으로 제왕절개비용도 부쳐주었다.

어쩌다 동생이 사는 곳에 가면 나는 괜히 제부한데 아첨(?)하며 온갖 선물 공세도 하고 동생과 사이좋게 살았으면하는 친정어머니의 마음이 되곤햇다.

이번에는 이 핏덩이를 데리고 덜컹거리는 택시를 타고왔다는 생각에 화가 났지만 어찌하랴?

나는 언니인걸...

한 며칠 퇴근하면서 지켜보니 너무나 사랑스럽다.

나도 두 아이를 키웠지만 그 시절은 다 잊었다.
내 중 삼짜리 아들은 그 아이를 안고 좋아 어쩔줄 모르고 딸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퇴근하면서 문을 열고 신발도 채 벗기 전에 아기와 눈을 맞추며 항상 안고 있다.

늦게 들어오는 남편에게 아기를 안아보이며 자랑에 여념이 없으니 무뚝뚝한 내 남편도 그 아기에 얼굴을 비빈다.
이 담에 내 아들 딸이 손자 손녀를 낳으면 마음이 이럴까?


비록 엉겹결에 맞아들인 동생 가족이지만 너무나 사랑스럽다.
행복하다.

내일이면 제부가 온단다.
동생을 보내기전에 한약도 두재 맞추고 제부 봄잠바도 사고...
아 맞다.

우리 사랑스런 조카의 아기 용품을 더 사주어야지

그동안 동생이 투정하면 돈을 부쳐주고 좀 철들어라 훈계도 했지만 동생을 믿기로 했다.

그리고 기왕 도와줄 것 절대 동생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해줄 것이다.

사람마다 독립심이 강한 사람이 있고 약간은 의존적인 사람도 있다.

나는 아마 전자였던 것같고 동생은 후자 인 것같다.

이제는 약간은 귀찮아했던 마음을 버리고 동생의 아기에게 뒷바라지도 해줄 것이다.
사실 며칠 전 동생이 내 아들에게 어학원에 가는 비용과 과외비를 물었던 것 같고 아들은 그 대로 말을 해주었나보다

동생은 아주 우울해 하며 제부의 한 달 월급이 내 아들의 한달 과외비라고 하며 형부는 돈을 잘버니 언니는 복이 많나봐 하고 쓸슬히 말한다.

곰곰히 동생의 마음을 헤아려보았다.
앞으로 아기 키울 일과 집장만 할 일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니 걱정이 많이 드나보다.
동생에게 웃으며 말했다.
아기는 부모의 능력껏 키워야하지만 이모는 또 다른 엄마가 아니니?
조카에게 아낌없이 뒷바라지해줄 것이라 약속해주었다.



내 아들은 제가 의사가 될 것이니 이 예쁜 사촌동생에게 뭐든 해준다고 벌써 야단이다.

한 가정에 아기라는 소중한 존재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이 많은 행복감이란 무엇으로도 바꿀 수가 없다. 나이가 드니 더 절실해지는 것 같다.

이 세상의 수많은 젊은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정말 감사하며 보내라고...
돈은 정말 노력하면 벌수도 있고 집도 얼마든 넓힐 수가 있다.

기나긴 삶의 여정에서 이 예쁜 아기와 만나고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

사랑하는 조카를 가기전에 내 눈에 내 마음에 꼬옥 담고 싶다.
동생아

이제 철없는 행동은 좀 줄이고 의젓한 엄마가 되면 이 언니는 너무나 행복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