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아가씨를 시청하면서
수아부띠끄 사장이 예영이 엄마에게 어린 시절
가난해서 당했던 이야기를 들먹이는데 ..
혼자서 빙그레 웃었다
걸핏하면 대신 숙제를 부탁하거나
책가방을 들어달라는 부탁을 했다던 예영이 엄마
나에게도 그런 어린 시절이 있었다
늙으신 어머니는 언니나 오빠들에게 치이셔서
막내로 태어난 나에게 무척 관심이 많으신 것 같지만
관심이 없는 분야도 많으셨다
숙제를 해야하는 일이나 늦잠을 자는 일이나 ..기타 친구와
무얼하건 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건 간에 ..도통 걱정이 없으셨다
그 이유중의 하나는 소위 에프엠이라 하여 선생님 말씀을
칼같이 듣고 나름대로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판단된 점도 없진 않다 ..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오는 길은 늘 재잘 재잘 수다를 떨거나
장난을 치면서 돌아오는데
한 번은 친구가
"내 가방 좀 잠깐 들고 있어 ~"
"웅 ~~"
친구는 순간 나에게 가방을 맡기고는 줄행랑으로 도망을
가버린 것이다
작은 몸으로 힘에 겹지만 할 수 없이 가방 두개를 들고
낑낑매고 들고 왔는데 ...약이 오른 건 말로 다 할수 없었다
얕은 꾀를 부리는 친구에게 번번히 당하는 멍청한 나 ..
다음날 나도 작정을 하고 ..
친구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갚아주겠노라 ..결심을 한후 ..
가방을 맡겼는데 ..
나같이 멍청하고 소위 융통성 없는 사람은 꼬박 그 가방을
낑낑 매고 들고 왔지만 ..
아뿔사 친구는 내 가방을
그냥 그자리에 놓고 왔다는데 ..
옴마야
그자리에 금방 뛰어가서 가방을 찾은 들 ..
가방은 온데간데 없고 ...
이 노릇을 어쩐다 ..
지금 같으면 교과서고 뭐고 다 새로 사면 되겠지만 ..
그때는 ..그게 가당한 일인가 가방도 귀하고
다른 학용품이나 모든 물자는 귀하디 귀한 시절이었는데 .
더구나 그날 그날 내주신 숙제도 해야하고
부모님께는 이 황당한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
오직 나홀로 고민 고민하면서 ..@@##$@#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담임선생님을 통해서 연락을 받은
같은 반 급장과 부급장이 집으로 나를 찾아왔다
--그 시절 전화가 귀해서 어찌 어찌 연락은 되었는지 ..ㅎㅎ
황급히 파출소에 갔더니
친구가 버리고 간 내 책가방을 어떤 착한 학생이
주워서 얌전히 파출소에 맡기고 집으로 갔다는 것이다
모두들 배운대로 실천하고 ..행동하던 때가 아닌가
파출소 순경아저씨는 이런 저런 여유로 가방을 잃어버렸다는
나의 얘기를 듣고 박장대소 하시면서
가방을 열고
"어디 공부 잘하나 보자 .."
시험지를 펴들고 ..공책을 열어보시면서
내 얼굴 한번 쳐다 보고
공책 한번 쳐다보고...
잃어버린 나의 가방이여 ..
살아있어서 다행이노라 ~~~~~
--밑에 수채화님 아들이 가방 주워 왔다는 말에
겸사 겸사 부끄러운 고백 하나 올려 봅니다
제가 좀 멍청 했긴 멍청했나 봅니다
그 시각까지도 우리 친정 어머니는 제가 책가방을 잃어버렸는지
파출소를 다녀왔는지 잘 모르신 걸로는 알고 있는데 ..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