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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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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낳으면 후회할 것만 같애...


BY 곽필희 2000-07-12

지난주 남편 고교동창 계모임이 있었답니다.
결혼해서 애기가 둘이나 있는 부부도 있고 아직 총각딱지를 떼지 못한 친구도 있는데 2,3개월에 한번씩 모이는 장소는 언제나 결혼한 부부의 집이랍니다.
저희 부부는 99년 10월에 결혼했는데 아직 애기는 없어요. 둘이 알콩달콩 재미있지만 신랑은 이제 아기를 갖고 싶은지 조금씩 보채기 시작한답니다.
저도 나이도 있고 해서-28세거든요- 슬슬 시작해(?) 볼까 생각 했는데 지난주 모임에 다녀와서는 정말 정말 애기 낳기가 싫어졌어요.
이유인즉, 돌잔치 겸 해서 초대된 부부집이었는데 그 집은 애기가 첫 애기이고 다른 한부부는 3살 된 애기와 아내가 5개월째 임신중이었어요. 또 한 부부는 3살된 애기와 막 1살이 된 애기를 데리고 왔는데 정말 정신이 없더라구요. 애기는 4명이고 어른은 10명인데 오히려 애기가 더 많은 것 같더라구요. 3살짜리 애기 둘은 싸우기 바쁘고 갓난 애기 둘은 번갈아 울기 바쁘고...
자리에 앉기 바쁘게 여자들은 서로 인사할 겨를도 없이 저녁상 차리랴, 애기 돌보랴 서로 왔다갔다 정신이 없는데 남자들은 물가져오라 애기들 좀 조용히 시켜라 하며 명령만 하는것 있죠?
정말 여자들은 애기 안고 밥먹이랴 남편들 시중들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바쁘기만 한거예요. 그걸 남자들이 알아주나요?
저녁먹고 나선 이젠 빨리 술상 안차리냐고 보채요. 세상에나!
우리 아버지 또래도 아닌 남자들이 정말 그렇게 권위적이리라는 것은 미처 생각지 못했어요. 저희 신랑요? 집에서는 그러지 않지만 그 속에 있으니까 전염되는 것 같더라구요.
밥먹고 나면 여자들이 할일 없나요? 설겆이 해야죠, 애기들 목욕시켜야죠... 남편들, 그릇하나 치워주는 사람 없어요.
설겆이 한다고 애기좀 봐달라고 하니까 한 남편이 덥석 안기는 하더라구요. 좀 있다 애기가 보채니까 <어이, 애기 좀 데려가! 자꾸 울잖아. 젖은 먹인거야?> 그러는거 있죠? 기가 막혀서...
젖 먹고 애가 잠이 와서 보채는걸 갖고 잘때까지 안고 얼러줘야지 자기네들 고도린지 뭔지 한다고 정신없더라구요.
처음 모였을 땐 <어이구 우리 애기! 참 이쁘지? 너네도 빨리 낳아라. 애기 하나 있어야 살 맛이 나지.> 그러더니만 조금 있으니 애기 보는 건 모두 엄마 차지고 남편들은 도대체가...
돈 벌어주니 그것으로 애나 잘 키워라 이건가요?
한 친구 부인은 26살인데 애가 벌써 둘이예요.
혼자서 1박 2일동안 애기 보는데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낮에도 보통 시달리는게 아닌데 남편은 애기가 조금만 보채도 <이봐! 애기 울어. 빨리 와!> 이러는 것 있죠?
우리 신랑도 안되 보이던지 00씨는 애기 키우는 기계같지 않아?
그러더라구요. 조금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정말 그렇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집으로 오는 길에 신랑에게 한바탕 퍼부었죠.
<자기 친구들은 모두 왜그래? 모두 지난 세대 사람들처럼 권위적이기만 하잖아. 부인들한테 애정표현 한번 해주는 것 못봤어. 내가 자기한테 가까이 가서 팔짱끼고 안기고 하는게 그렇게 부담스럽게 보이는 사람들이니... 도대체 이제 갖 30살 넘은 사람들이 그런 사고방식을 가져도 되는거야? 어쩌구 저쩌구...쫑알쫑알...> 남편도 동감인지 가만히 있더니만 내 잔소리가 너무 길던지 <이제 그만해라.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고 내가 그러지 않으면 안 될꺼냐>하더라구요.
정말 그걸로 된 걸까요? 애기 낳고 나면 어떻게 변할지 알게 뭐예요. 남자들은 다 똑같다던데...
애기 낳아 들어가는 돈도 이만저만 아니고- 저희는 시어머니 혼자 사시는데 생활비를 저희랑 반반씩 나눠쓰는 형편이예요- 남편이 늦게 들어올때 혼자 애기만 바라보고 있을걸 생각하니 정말 슬퍼지는 거 있죠? 난 아직 신랑을 너무너무 사랑하는데 애기 돌보기 바빠 신랑한테 신경쓰기가 힘들거잖아요? 또 신랑은 일주일에 한번씩 회식이 있는 직업이라 그때마다 술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전 너무 슬퍼져요.
애기 낳으면 더 빠듯해 질건데 그러면 남편도 더 힘들어 할것 같아 안쓰러울 거예요. 저 또한 빠듯한 생활 속에서 아이한테 해줄것 못해주면서 키우고 싶지는 않아요. 요즘은 동네에 놀 애들이 없어서 4살도 되기 전에 유치원에 보내잖아요? 없는 살림에 정말 없는 인생살이가 된다는 건 슬퍼요. 저도 넉넉한 어린생활을 한게 아니라 우리 애기만은 화려한건 아니더라도...
누가 애기 낳으면 너무 행복해진다고 절 설득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