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어 손질한 딸기를 한 솥 가득 앉히고
설탕을 솔솔 뿌려 버무려 둡니다.
불에 올려 놓고 처음에는 센불에서 끓을 때까지 놓아두었다가
일단 끓으면 약한 불에 놓고 은근히 졸여내야 합니다.
잠시도 옆을 비울수 없는게 이 잼 만들 때입니다.
끓을 때에는 거품이 많이 생겨서 우르르 넘쳐버리기 쉽고요,
졸일 때에는 한번씩 주걱으로 저어주어야 눌지 않기 때문이지요.
딸기를 기르면서 여러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수확물을 거두면서 느끼는 거지만 참 고맙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
아무리 인간이 땀흘리며 가꾸는 거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섭리가 딸기 한알 한알에
그득 고여 있는 것 같습니다.
허리를 숙여 여러 고랑을 누비고 다니자면
말 그대로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픕니다.
하지만 이렇게 허리숙여 감사하는 마음으로
딸기를 딸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면서
딸기를 땁니다.
만약 허리 꼿꼿이 세우고 거두었다면
수확물에 대한 감사가 적었을 것입니다.
우리 자신에 대한 자만이 컸을 것입니다.
가끔 그 감사를 잊고
이렇게 잘 자라주고 있는 딸기가 순 우리 능력 탓인줄 압니다.
그래서 욕심도 부립니다.
내일은 얼마를 더 따서 몇박스 더 출하해야지 하는
욕심을 부리다가 된통 혼나기도 합니다.
갑자기 물러가는 듯한 추위가 다시 엄습한다든지 하면
어김없이 딸기가 익지를 않으니까요.
지출해야할 돈에 맞추어서
수확량을 아무리 늘리어보려 해도
날씨에 따라 또는 예측할 수 없는 사고에 따라
인간의 마음대로 수확량을 조절할수 없다는 교훈을 얻고 나서야
겸허하게 자연이 주는 선물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잼을 만들때에도 보면
이런저런 교훈이 계시처럼 스쳐지나갑니다.
딸기와 설탕이 어우러져 보글 보글 끓고 있는 액체위로 뜨는
하얀 거품을 보고 있자면 내 마음에도 저렇게
불순물처럼 겉도는 마음자락이 있을것 같습니다.
이웃을 경계하는 마음,
사람을 만나면서 손익을 따지는 마음,
아이들에게 성마르게 구는 혹독한 마음,
남편에게 자꾸 요구하기만 하는 굶주린 마음등이
마음속에 담긴 좋은 생각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위로 위로 자꾸 떠올라서 사람간을 어지럽히는 원인이 됩니다.
거품을 걷어내듯이 내 마음의
불순물들을 걷어내야 하겠습니다.
딸기라는 감사와 설탕이 잘 녹아 섞이도록 수고하는
인내가 어우러져서 맛있는 딸기잼이 되듯이
내 마음에도 감사와 인내가 어우러지고,
불만과 미움이라는 불순물을 거두어내어
사람들에게 맛난 인간으로 다가서야 하겠습니다.
딸기잼이 향긋하고 달콤한 냄새를 온 집안에
퍼뜨리고 있습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올 아이들이
'엄마, 맛있는 냄새난다. 또 잼 만들었구나?'하며
빵구워 달라고 채근할 모습이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