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
내내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
아침에 멀쩡하게 웃으며 나간 가족들과
아무 이유도, 까닭도 없이
영원히 이별해야 하는 그 억울한 심정들,
유가족들의 울부짖는 모습을 볼 때마다
슬픔이나 분노 이전에
가슴을 후벼 파는 자책으로
제겐 와 닿았습니다
"그 사건과 무관하다구?
이웃을 위해 너 뭐 한 거 있니?
그 동안 너 사는 일에만 골몰했었지?
너도 책임 있어
너도 공범이야"
내내
쓰린 가슴을 움켜쥐고
앓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앓고,
결국은 결단 하나를 도출해 냈습니다
3월에 딸과 함께 베트남으로
떠나려 했던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대신에
그 경비를 가지고
공부하는 곳에 등록을 했습니다
이 년 사 학기 중 첫 학기를
이렇게 발을 띄어 놓습니다
더 깊이, 뒷일까지 생각하다가는
시작도 못 할거 같아서
이리 저질러 놨습니다
내 인생의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단 한 순간만이라도 온전하게 남을 위해 유용하게 쓰기 위해선
부족한 이 분야를 필히 공부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일주일에 하루 목요일 날 공부하러 가고,
매 주 월요일은 밀알 학교에 가서
장애 아동들에게 자원 봉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몸담고 살아 왔던,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에
그리고 봄과 함께 오는 화사한 봄꽃들에게
아니
꽃과 함께 오는 눈부신 봄과 푸르른 여름,
가을과 겨울, 바람과 구름, 하늘과 땅 모두에게
"나 부끄럽게 살지 않을께" 라고
얼굴 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