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찾아온 고뿔이 질기기도 하다. 떨어져 나갈 생각을 않고 어린애 코흘리개마냥 훌쩍대고 있으니... 한겨울 추위에도 거뜬하게 이겨 나간 굳센 그녀.. 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까지 이어지는 고뿔은 언제쯤 빠져 나가려는지 모르겠다.. 고뿔대감이 찾아오면 노곤해지고 식욕도 저하된다는데 그녀의 식욕은 왜 그리 왕성해져만 가는지 겨우내 두툼한 옷으로 완전무장 했던 살들이 숨통을 트고자 외출준비를 마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새 너무 불어 오른 것만 같다. 얼굴이 조금 작아 득을 보고 있는 그녀... 숨겨진 살의 정체를 모르고 있는 사람들... 그녀만의 가리고 가리워진 베일속에 숨어있는 살들이 비웃고 있었다... 한끼 정도 굶어도 좋으련만.. 싸온 도시락을 맛나게 배부르게 먹고 난 직후이다.. 씩씩대며 부른 배를 쓰다듬고 앉아 있는데 손님이 들어온다. "어서오세요" 하며 일어서는 순간 '툭'하는 소리와 함께 단추하나가 떨어진다. 몸에 맞춘 옷이 아니라 옷에 맞춘 몸이 반란을 일으키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만 것이다.. 엎드려 떨어진 단추를 주우려다 책상 모서리에 이마까지 부딪치는 불상사까지 일어난다... "뭘 찾으세요"하며 아픈데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손님을 대한다.. "아프시겠어요" ㅎㅎ봤나부다....이구 창피해라.. 모른척하지... 아담한 엄마와 훤칠하게 잘 생긴 아들이다.. 직장인인 듯 깔끔해 보이는 아들은 의외로 나팔바지를 찾는다... 바지를 가지고 탈의실로 들어가면서 "엄마..엄마도 하나 사셔요..제가 하나 사 드릴게요..." "아니야..됐어...네것만 사" "에이 어머니 것두 사셔요...제가 아빠께 잘 말씀드릴게요..."하는 아들.. 아버지가 엄마를 제재하는지 아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꾸 엄마에게 바지를 고르라고 재촉한다... 부러운듯 쳐다보는 그녀... 마지못해 아들과 비슷한 바지를 골라 탈의실로 들어가면서 "이런거 입으면 아빠한테 혼날텐데.."하며 들어가더니 잠시후 화들짝 놀라면서 얼른 벗고 그냥 나와 버린다... "너무 붙어서 안되겠어요" "아저씨가 왜 그런옷 싫어하세요" "네...옷입는 것하고 제 몸에 신경을 많이 써요" 한다... 그녀의 남편은 '괜찮아 누가 봐줄 사람있다고 그래..내가 봐서 괜찮으면 된거야'하니 맘놓고 살들이 자유자재로 놀수밖에... 몸과 옷입는 매무새를 저당잡혔다고 말하면 너무 과한 것일까... 그런대로 몸매유지하는데는 양념정도로 필요하긴 하겠지만 조금은 피곤할 듯 싶다... 옷을 사입는 아줌마들 중에 의외로 남편이 간섭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너무 달라 붙는다, 나이값좀 하라, 눈에 띈다...등등의 이유로 말이다... 그녀가 볼땐 극히 평범해 보이는 바지인데 왜 남자들은 그런것까지 뭐라 할까.. 귀도 눈도 있는 아내이고 엄마인데 .. 한눈팔까 싶어 그런것일까.. 아님 남의 남자눈에 뜨이는게 싫어서일까... 자기 옷만 골라 값을 지불하고 아들은 엄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나간다. 옷은 마음대로 골라입지 못해도 아들에게서 듬뿍 담긴 사랑을 먹고 사는 엄마같았다. 바톤을 이어받은 부부 한쌍.. 지나가다 마네킹에 입혀놓은 바지를 바라보며 남편이 입어 보라며 들어온다. 40 후반 정도의 나이인 듯... 손님은 나이를 먹어도 청바지가 그렇게 편하다면서 평범한 청바지는 싫다고 특이한 바지를 고르려 한다. "이여자 미쳤나..그러지 말고 이 벨트있는 바지나 입어봐 이거 이뿌다" 입이 조금 거칠은 남편인 듯 싶다. "난 요게 더 예쁜데..." 하며 고집을 피우더니 남편취향인 것과 자기가 원하는 것 두개를 가지고 들어간다... "자긴 술값으로 몇십만원씩 팍팍 쓰면서 내 청바지 하나 사주면서 무지 깐깐하게 구네" 할말 다 해 가면서 결국 평범해 보이지 않는 바지를 고른 여자... "나이값좀 해라...잉" 하며 말하는 것이 그래도 맵시가 밉지않은지 입가에 웃음띄우며 계산을 한다. "당신 싫으면 안볼때 입지 뭐.."하며 푸른잎을 보태주고 가는 손님... 외출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간섭하는 남자.. 뭘 입었는지조차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남자.. 극과 극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관심두지 않는 남자에 점수를 더 주리라... **** 댁들은 어떠한 유형들인가요...... 예전엔 모든게 다 이뿌다더니 지금은 추리닝을 입어도 아무말 안하나요.... 내 남자요? 무조건 예쁘답니다...아무거나 입어도.. 머리를 잘라도..길어도.. 힙합을 입어도..정장을 입어도... 다....예쁘답니다... 관심없는건가요??? 그런데요...한번씩 꼭 껴안는건 왜구러지... 닭살 돋는다구요?? ㅎㅎㅎ쪼오기 가서 떨어진 단추나 달면서 근신할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