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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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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중간부터 가을을 타는 여자.


BY wj02 2001-08-09

나는 사춘기시절부터 유난히도 가을을 많이 타곤했다.
먹구름이 거친 유난히도 파란 여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도
가을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생각했고, 여름 한낮 귀청을
찢어낼듯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들으면서도 늦가을 스산한
바람소리를 생각하며 가슴 한구석이 매여오곤 했었다.
중2 여름방학 이던가?
우리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국민학교까지 친구들과 자전거
하이킹을 갔는데 거기에서 유난히도 눈빛이 강렬한 고등학교
다니는 오빠를 만났다. 귀엽다고 와서 몇마디 건넨것 뿐이있는데
나는 곧바로 그오빠를 짝사랑하게 되었다.
그날부터 나의 그오빠를 향한 가슴앓이가 시작이 되었다.
방학동안 내내 그오빠를 생각하며 하늘도 쳐다보았다가, 떨어지는
낙숫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 오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방학을
보냈다.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체,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그 오빠에 대한 사랑을 키워갔던것이다.
방학이 끝나고 가을을 금새 찾아왔다.
어느덧 노란 단풍잎이 거리를 뒹굴어도 눈물이 나고.
어디선가 찬바람만 휭하니 불어도 눈물이 나고.
휘영청 밝은 달을 하염없이 쳐다보면서 괜히 이유없이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즈음 낙서를 참 많이 했던것 같다. 지금도 그시절에
극적여 놓아던 어줍잖은 낙서들이 차곡차곡 간직되어있어
가끔씩 꺼내어보며 그시절 감상에 젖곤한다.
잠이 유난히 안오는 밤이면, 달빛을 받아 하이얀 신작로길을
터덕터덕 걷다가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면 집을 향해 한달음에
달려오곤 하던...
그 단발머리 쬐그만 소녀가, 지금은 어느덧 30대 후반을 훌쩍
넘는 나이로 접어들었다.
그래도 그때 그시절의 감상이 조금은 남아있는지, 이렇듯
맑고 선선한 바람마저 부는 여름 한나절, 이제 곧 가을이란
계절로 들어서려는 계절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날이면 나는
펜을 잡고싶어지고, 누군가에게라도 내마음을 전하고 싶어진다.
유난히도 가을을 타는 나.
올 가을은 또 정신없이 하늘한번 쳐다볼 새 없이 지나가 버리는건
아닌지...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길 바래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