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아이를 처음 만난건 고등학교 수학여행길에서 였다.
지치지도 않는 젊음으로 그 밤이 가는것이 안타까워서 재잘거리는
우리들 사이로
교복세대와 사복세대의 중간인 우리 모두는 짧은 커트 머리로
모양들을 한껏 내고 있을때
그 애는 방 한 구석에서 긴 갈래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으로 시끄러운
우리를 아량곳하지 않고 잠을 자다가,,,,,
부시시 일어나서 화장실 다녀오기를 서 너 번을 반복을 했다.
악다구니를 써가며 놀고 있는 우리들 사이에서
내가 그 애를 다시 만난건 우리 반 교실에서
맨뒷자리 하나가 빈 책상이라 눈 독을 들이다 드디어는 가방을 싸서
그 자리로 옮기는데
그 애가 거기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
서로 니 자리로 돌아가라고 싸우다 우리는 초등학생들이 하는것처럼
책상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콧바람 소리가 쌩하니 나도록 등을 돌
리고 앉아 버렸다
그 후 우리는 수업시간에 책으로 선생님의 시야를 가리고 빙고게임
을 하는 절친한 사이로 발전을 하고 말았다
삼십 중반을 넘어서는 지금 까지 이어지는 긴 끈을 우린 그렇게
엮었던 것이다.
그 애의 지금 취미는 작은 아들 귀잡고 뽀뽀하기랑 십자수 놓기
백만불짜리 입술을 가졌다고 해서 그 아들의 별명은 꿀물이 되었고
큰 아이는 작은 아이보다는 뽀뽀하기 조금은 안 좋은 덩치가 커진
초등학교 3학년이라 당연히 별명이 설탕물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
이쯤에서 눈치빠른 아컴 독자들은 왜 신랑이 맹물인 지를 알것이다
일에 지쳐서 매일 늦거나 아님 찜질방에서 자다 새벽에 들어와선
옷만 갈아입고 나가는 골치과 남편
우린 이 남자를 맹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단 맛도 없고 닝닝하지만 항상 있어야 하는 맹물같은 그런 존재
그리하여 그 남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맹물이 되어서 오늘도 그렇
게 흐르듯이 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맹물에게 있으니
가끔 너무 늦는것으로 내 친구를 속을 태우는것이다.
어느날 열 받아서 하소연 전화를 한 내 친구에게 난 이렇게 말했다.
"야 너 말야 그 맹물을 어떻게 하든지 오염시켜서 폐수 만들어서
버려라,폐수는 쓸모도 없잖냐"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있던 우리집 엽기토끼 작은 아이 말이
"이모 날씨도 더운데 그냥 밖에다 내어 놓으세요.
맹물은 더우면 잘 증발해요"
이러는 것이었다.
그 날 우리는 뒤집어 지고 말았다.
자기 일에 너무 열심인 그 맹물은 그리하여 맹물 퇴치 프로젝트가
가동하여서 어찌하면 집에 잘 들어오는 맹물이 되게 해야하는지를
우리끼리 매일 매일 기발한 생각속으로 밀어넣는 존재가 되었으니
정말로 미안해 맹물씨
하지만 이것도 우리 살아가는 하나의 즐거움인걸
그 대 하나 희생으로 우리 매일 웃으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참아 주심이 좋을꺼야
내 친구는 별명이 무엇이냐고
지 말로는 생수라고 박박우기고 있지만
우리는 그 애를 뭔가를 만들려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일단 침출수라고 불러서 열을 한 번 받게 했었는데,,,,,
그것말고 뭐 좀 엽기적이고 뇌리에 오래 남을 만한
그런 이상한 물 좀 없을라나?
침출수,폐수, 오수,
참 육각수라고 불러달라고도 하던데,,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선 그런 좋은 물로 부를 수는
정말로 없다는 사실,,,
오늘도 인연과 악연으로 묶인 우리는 이런 애칭을 불러가며
일주일에 두서너번 만나기,매일 기본통화 2통이상의
생활을 하고 있다.
긴 악연의 끈을 지금도 엮어가고 있는 중인것이다.
이 글을 써놓고 전화나 한번 해봐야지
"야 침출수 !
니 이야기 인터넷에 올렸으니 한번 읽어봐"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