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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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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 사람 마음은 같을겁니다(수채화님에게)


BY 만월 2003-03-01

남편 분이 타지에 계신다고 하셨죠?

몇년 전 남편을 타지에 보냈던 일이 생각납니다.

4년전 승진의 기쁨도 잠시...
남편은 이곳 부산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충주로 발령이 났지요.
집에서 한끼도 안 차려먹던 남편인지라 걱정이 대단했답니다.

남편은 토요일에 12시 전부터 서둘러 기차를 타고 대전에서 내려 또 기차를 갈아타고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 이렇게 여섯시간을 걸려 집으로 오는 생활을 했지요.

저는 직장때문에 또 인근에 계시는 연로한 시부모님때문에 따라가지 못했답니다.

월요일 새벽 5시 30분기차를 타려면 네시정도에 일어났는데 그 때 저는 새벽에 감자 볶고 밑 반찬 만들어 온갖 통에 넣었답니다.
눈물을 눈에 가득 담고요.

남편은 힘든데 저녁에 하지 왜 새벽에 하느냐고 했지만 저는 조금이라도 냉장고에 안 들어가고 따뜻하게 먹으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퇴근후에 집안 대청소를 하고 곰거리를 고아서 월요일 새벽에 펫트병에 담고 파도 썰고...

참 그 때는 고생이라는 생각은 안했고 남편이 안쓰럽기만 했답니다.
지금도 남편은 그 때의 감자볶음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남편이 기차에 타서 먹을 간단한 아침밥을 마지막으로 준비하고 남편을 배웅하면 남편은 더 자라고 하지요.

어둑한 새벽 공기를 가르고 나가는 그의 뒷 모습에 참 많이 울었답니다.

이른 아침에 다시 자기도 그렇고 뒷정리하고 아이들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 저의 출근시간이지요.

그가 이렇게 열심히 살듯이 나도 집안을 잘 지키리라는 그 믿음이 우리의가정을 탄탄하게 한 이유가 되었답니다.

남편이 오는 토요일은 우리 가족의 최대 만찬일입니다.
아이들은 무슨 요리가 나올까 궁금해하고 저는 무엇으로 기쁘게 해줄까 생각도 하고요...

아마 그 과정에서 저의 요리 솜씨도 발전을 한 것 같습니다.

어쩌다 하루 일찍 마치면 그 길로 기차를 타고 가서 남편이 혼자 있던 아파트에 가서 음식을 장만하면 남편은 퇴근하다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 지고 저는 남편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서둘러 그날 마지막 기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요.

영원히 변하지 않을것 같았던 세월들이 흘러서 이제는 남편도 가정으로 돌아왔답니다.


저는 아이들 도시락을 싸면서 이 순간을 그리워할 것이라는 상상을 했답니다.

역시 세월은 흐르고 이제 도시락 싸기가 끝났지요.

항상 그렇습니다.

이제는 아들이 군에 가면 나는 얼마나 그리워하고 같이 도시락 싸고 부대끼던 날들의 행복을 생각하겠지요.

그런 마음으로 사니 무엇이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저는 아이들도 언젠가 훨훨 날아갈 것이라 생각하고 내가 데리고 있는 이 시기에 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음식을 잘 먹이고 사랑을 담뿍 주는 것이 엄마의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답니다.

수채화님의 마음도 그럴 것입니다.

요리 솜씨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음식을 통해 그것을 확인하는 것뿐이지요.

같이 직장생활하면서 내 생활도 열심히 하고 가족들도 더 소중하게 지켜나가는 아내와 어머니가 우리 서로 되어 보았으면 합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