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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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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같은 휴가


BY hessary 2001-08-09

부산은 올 여름 정말 미치도록 더웠답니다.
어느 지역인들 잠 못드는 열대야가 없었을까마는...
남편이 일이 바빠 늘 휴일도 없이 지내다가,여름에 토일 끼워 겨우 4일의 귀한 휴가를 받았답니다.
언제나처럼 시댁으로 향하는 제 맘은 별로 즐겁진 않았습니다.
잠시 과거로 가면...

시댁은 진주에서 조금 들어가는 작은 마을인데요,매년 장을봐서 들어가면 나는 땀과 더위에 지쳐버리기 일쑤고,그인 농사일을 거드느라 녹초가 되곤 했지요.
농사가 많은건 아니고,이상하게 약올리듯 하시는 ,큰 시숙의 말을 거절 못해서,휴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맘속에선 서러운 원망과 짜증만이 남는답니다.
촌은 왜그리도 더운지????
맘편히 씻기도 어렵기만하고,모처럼 본 찬거리는 금세 동이 나버리고,우리형님은 텃밭도 잘 안 가꾸셔서 즉석에서 해결할 재료도 없고,늠름한 형님앞에 나는 왠지 부끄럽기가 예사였죠.

올해는 수박이나 하나 사고 장은 안 본다고 뻐팅겼는데,우리 서방님 어라 "내 지갑"
이런 지갑을 잃어버렸네요.
약속이나 한듯이 지갑 주워서 갖고 있다고 경상대 기숙사 식당으로 오라네요.
몹시도 뜨거운 아스팔트를 달려 갔더니...
돈없는 빈지갑에 다행으로 여기고 음료수 한박스로 감사를 전하고
돌아오는데,참 짜증나대요.

시댁엔 작은 형님네 아이 둘이 반갑게 맞아 주더군요.
오이 냉국을 해내라는 야속한 신랑의 주문에 땀뻘뻘 얼음동동 냉국 완성 대충 점심을 때웠는데,6시쯤 귀가 한 형님의 손에는 오이랑 깻잎만 까꿍하대요.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니 역시 언제나처럼 그이랑 나는 가까운 식육점을 찾아나서야 했습니다.
조옴은 섭섭하대요.
부산에 오시면 회야 노래방이야 대접해서 차비까지 챙겨야 하고 형님이 사시는 촌에 가도 바리바리 먹을 걸 사대야하고
나도 대접한번 받고 싶네요.

다음날 축축 늘어지는 신랑을 채근해서집을 나섰습니다.
분명히 지리산을 외던 사람이 동해를 가야 된다네요..
길은 좀 멀고,도로는 좀 드거워야죠?

겨우 구슬려서 사천지나 남일대 해수욕장으로 가는데,5살난 우리 아들이 배고프다며 라면에 밥을 말아달라며 보채는거에요.
좀만 기다리라고 달랬더니 어느새 아들은 잠이들고...

"자기 지리산 간다더니,왠 바다 타령이야?" 하는 순간 이게 왠일입니까? 차가 다시 진주로 가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