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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먹은 배추


BY 풀씨 2001-08-08

솎음배추 한단을 샀다
겉절이를 할까하고 단 묶음 으로 한단 사서
신문지를 펼쳐놓고 시든 잎을 정리하고 뿌리를
다듬는데 잎사귀 마다 벌레먹은 구멍인지
숭숭 뚫린것이 많았다
우리 막내랑 같이 이파리를 다듬다가

"이건 농약을 안 친거네"

혼잣말로 중얼거렸더니


"엄마가 어떻게 아세요?"
한다

"응 그건 이 벌레구멍을 봐라 벌레가 있었다는건 약을 안쳤기 때문이란다"

"그럼 여기 어디 벌레가 있겠네요"

막내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엄지와 검지로 이파리를
집어올리며 나를 쳐다본다

" 자세히 살펴봐 있을지도 모르니"

빙그레 웃어며 내가 답했더니
막내가 질겁을 하며 저쪽 한켠으로 물러난다

"막내야 배추벌레가 무서운게 아니란다 벌레가 있다는건
유기농으로 지었단 얘기도 되지"

암만 얘기해도
정 떨어진 표정으로 물러난 아이는
다시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꽤 오래전 대형 백화점
식품부코너 에서
유기농 식품처럼 위장하기위해
일부러 배추벌레를 두었다는 보도를 보고 실소한적이 있다
그러나 시장에 가보면
주부들 거의가 때깔좋고 벌레구멍 없는
채소를 선호한다
어쩌면 그 백화점에선 일부러 벌레구멍 만들어놓고
배추벌레 얹어서
많은 수익을 남겼는지 몰라도
아마 대부분 주부들이
벌레먹은 잎채소보담은 분명 때깔좋은 채소들을
많이 구매했으리라

오늘 내가 가져온 솎음배추는
늙수그레한 할아버지 한 분이
지게짐으로 풀어놓고 파시던건데
그땐 벌레구멍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가지고왔다
막상 짓물러진 잎사귀 떼내고
다듬어 갈무리 하고 보니
먹을수있는 양은 지극히 적었다
벌레가 한마리라도 있나 싶어
자세히 들여다 봤더니
눈자위도 아렸다
이럴땐 그저 농약이 묻은 채소라도
물에 잘 헹구어 마구 먹을수 있는
깨끗한 것으로 골라살껄 싶기도 하다

막내는 자꾸

"엄마 자세히 봤어요?"

되묻고 도 안심이 안되는지

"흐르는 물에 엄마 깨끗이 씻어야 돼요"

자꾸 되풀이 하기에

"에그 이것아 겉이 멀쩡해보이는 채소가 얼마나 겁난건줄 아니?
우리 몸에 아주 나쁜 농약을 얼마나 뿌렸으면
벌레들이 다 죽고 없겠니? 땅도 죽는다는데
보기엔 이래도 이게 꼬소하고 감칠맛 난단다"

막내는 그래도 인상을 쉬이 펴지 않는다
에그
우리자랄땐
땅강아지,지렁이,배추벌레. 이런건 징그럽다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솎음배추에 올봄 담근 멸치젓갈로 붉은 고추 드득 갈아서
겉절이나 해야겠다
막내가 아마 맛을 보면
벌레먹은 채소라는 생각조차 잊을테니
농약치지 않은 채소가 얼마나 고소한지 알게될테니까
벌레먹은 채소에 지금은 치 를 떨지만
이 애도 자라서 시집을 가서
가족위해 식탁에 올릴 식품을 고를땐
이 엄마처럼 벌레구멍 찾지나 않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