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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초롱


BY 사피나 2001-08-08




에세이방에 너무 힘든 글이 많이 올라와 읽고나서 마음이 아파서
어찌할수가 없습니다.
이런날 행복운운하기엔 제 자신이 너무 사치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어린날의 추억을 하나 풀어놓으려고 합니다.
세상이 어렵다는걸 모르고 살던 마냥 행복하던 어린 시절의,,,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고 싶어서 몸부림쳐도 갈수 없는
이미 지나가 버린 어린 시절의 그리움의 나날들.

회귀를 강하게 원하는건 지금의 삶이 어렵다는 그런 소리가 되겠지요.

내 고향은 탄광촌이라고 전에 글에서 말을 했습니다.

산은 높고 공기는 맑지만 탄광에서 흘러내리는 물로 인해 개울에는
시커먼 물이 흐르고 탄광일을 마치고 나온 아저씨들의 얼굴은
그야말로 눈하고 이만 하얀 어찌보면 아프리카 원주민들보다 더 검은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탄광에서 탄을 캐시지는 않으셨지만 광부들이 갱도에 내려가면 산소
를 공급하는 기계일을 보셨던 우리 아버지는 참으로 자상하고 풍부
한 감성의 소유자이셨습니다.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서 개똥벌레 잡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유난히 몸이 약해서 그 동네 약국에 있는 약보다 우리집에 있는
약이 더 많고 사북읍네 병원보다 주사약이 더 많이 쌓여있던 우리집.
동네 어른들은 아픈 사람이 생기면 먼 약국을 가는것이 아니라
우리 집으로 ?아 오시곤 하셨습니다.

그런 몸으로 다른 아이들마냥 개똥벌레를 잡는다는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 병안에서 개똥벌레가 하나 둘 불빛을 밝히며 어두운 동
네가 축제의 밤마냥 자연의 불이 켜져도 제 병에는 한마리의 개똥
벌레도 들어있지를 않았습니다.

서럽고 서러워서 울고 있는데 우리 아버지가 오셔서 말씀하셨어요
"그만 울어라, 니가 지금 울음을 그친다면 저기 있는 호박꽃이
호박초롱으로 변해서 니 품에 안길거야"라고요.

훌쩍 거리며 겨우겨우 울음을 그쳐갈 무렵 아버지의 손엔 예쁜 호박
초롱이 들려 있었습니다.
밭에 지천으로 핀 호박꽃이 그렇게 아름다운 색으로 빛을 발할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열어보면 마술이 사라진단다. 절대로 열어보지는 말아라"라고하시며
그 호박초롱을 제 손에 쥐어 주실때의 그 고운 색채는 지금도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그 호박꽃 초롱을 밝히고 있는것이 너무나도 궁
금했던 나는 그만 그 호박꽃을 열어보고 말았습니다

그 순 간,,,,
바로 하늘로 날아가버린 개똥벌레 한 마리

그 마술같은 초롱은 그냥 어디서나 볼수있는 호박꽃으로 변해버리고
날아가는 개똥벌레의 밝은 빛을 마냥 바라볼수 밖에 없었던 나

지금 이순간 그렇게도 그 호박 초롱이 생각이 나는건 무슨 이유일까요?
아무 걱정 없고 즐거웠던 그 시절이 호박꽃 초롱같은 시기었다면
삶에 지치고 힘이 든 이 시기는 마술이 사라져버린 그냥 하나의
호박꽃과 같다는 생각이,,,,

왠일인지 모르겠어요.
호박꽃을 들고 까만 밤 하늘을 마냥 바라보고 서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오늘 자꾸만 내 마음속에 오버랩되어서
아련히 아련히
알싸한 그리움으로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