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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새 아닌......쥐꼬리만한 새


BY 큰새 2003-02-23


아줌마로 당당히 불리는것을 한번도 어색해 본적 없고,
당연히 아가씨, 학생으로 불려지면, 뒤도 안 돌아보던,
결혼 초년시절.
지금은 그렇게 불러달래도 불러주지 않지만,

오늘은 웬지 내가 아줌마로 불려진다는것이 미안하다.

미안함.

그건 이렇게 흐지부지한 나의 행동들 때문이다.

큰애가 유치원에 들어가게 되어서,
그동안 집으로 방문하시던 선생님에게 끝인사를 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뭉기적 거리다가, 봐로 코앞으로 다가와 버리고 말았다.

어떻게야 하나.....

누가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머리에 꽉차있고,
내가 처녀시절 보고 있던 아줌마는 이런게 아니였다.

결혼을 일찍한것도 아니였다.
단지, 내가 결혼을 내성격으로 봐서 그렇게 일찍 하리라,
친구들은 생각지 못했다 했고, 조금은 나의 일을 많이 가진뒤에
할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아줌마로 살고,
아줌마로 당당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처녀시절의 그 당당함은 어디 있는가.
조금의 삐뚤어짐을 참지 못하고,
외모보다는 다는것에 충실하려는 내 모습은 어디 있던가.

며칠전 큰애 유치원 입학을 위해 엄마 모임에 가게 되었다.

그 며칠전부터 얼마나 가기 싫은지, 그날이 오지 말기를
애만 열심히 유치원 다니면되지, 왜 엄마를 오라고 하나부터
궁시렁 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유치원을 집 가까운곳으로 택했기에, 큰애보고 작은애를 보라하고,
유치원에 갔건만,
내가 왜 그리 작은지.

정말 화장 안한 엄마는 나뿐이었고,
구두 안신은 엄마는 나뿐이었고,
머리 질끈 묶은 엄마는 나뿐이었다.
작지 않은 유치원에, 적게 오지 않은 엄마들 모임에서,
나란 정말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물어보고 싶은거 많았건만, 쭈삣거리다가 나와버렸고,
애들주려고, 껌사서 뛰어가던 내모습에 결혼해서 처음으로 슬펐다.

딸만 둘을 둔 나는,
얼마나 당당하고, 열심히 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던 나는,
남 앞에서 함부로 굽신거리지 않은 모습을,
아무리 적은 말이라도, 간략하게 정확하게 전달하라고 했건만,
지금 나는 그 어느것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자식들을 위해서 지키는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앞으로도 많은 날을 살아가야 하는 나를 위해서,
오늘은,
정말 오늘은,
이 날씨만큼 찌뿌둥하다.

이러고 싶진 않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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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고 있다고 느끼고 싶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