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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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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리


BY 쟈스민 2001-08-07

?G빛하늘 때문일까?
왠지 모를 우울이 하나 둘씩 고개를 든다.

살아있다는 것
살아내야 한다는 것에의 어려움이 새삼 밀려들고 있다.

사업을 하는 남편은 얼굴 마주하고 이야기할 시간 조차 없고....

늘 머릿속엔 일 생각이 앞서 내가 어떤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대수롭지 않은일 대하듯 심드렁하다.

나는 언제까지라도 그의 그림자처럼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그가 일을 하다가 자금 사정이 좋지않으면 언제나 난 또 그의
도움이 되어야 하고....

때때로 내가 미치지 못하는 범위의 몫은 또 주변 친지의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나는 누구에게도 힘들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그건 내가 누구에게도 기대고 싶지 않고 싶어하는 이유에서다.

특히 시댁 식구들에게 그런 부탁을 할때 나의 심기는 많이 불편해진다.

차라리 내가 다 해줄수 있었으면 마음이라도 편할텐데.....

그들은 그 순간 얼마나 또 나의 무능함과, 규모없이 사는 살림에
대하여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오해를 할까 싶어 늘 그러하다.

몇달씩 사정이 좋질 않아서 실질적인 가장이 되어야 할 때가 있다.

그래도 단 한마디 말도 하질 않는다.

주위의 그 누구에게도 .....

그저 다 내가 풀어가야할 문제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이니까...

새벽녘 단잠에서 깨어난 시간 우두커니 앉아서 세상살이 걱정으로
한숨짓는 남편을 대하다 보면 산다는 것이 마치 지독한 몸부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도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어떤 말이든 쉽게
뱉아 버리기에는 너무도 많은 이야기들이 묻히고 있는 거다.

내게 모든 바깥일을 상의하면서 기꺼이 자금을 동원하는 능력을
바랄수도 있지만 그도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해결하자
싶은지 좀처럼 나에게 그 모든 짐들을 지우려 하진 않는다.

그래도 난 내게 그가 배경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아주 큰 경제적
능력은 가지지 못했다 해도 그가 하는 일에 늘 적극적인 제언은 곧잘
하는 아내이다.

세상모든일이 마음처럼 쉽게 되어지진 않는다.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을 위하여 힘껏 날아오르는 우리들이지만
눈 앞의 현실은 아주 냉정한 모습을 띄고 있을 때가 많다.

그는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무릎을 베고 누워서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안식처를 얻은 표정으로
"난 이런 당신의 품이 있어서 그래도 집에 오고 싶은 마음이 들어"

하루종일 수도 없는 전화 통화에 동분서주하는 그에게

글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과연 편안함만을 주는 아내였던가?
스스로 반문하여 본다.

그가 부드럽게 휘는 성격의 소유자라면 나는 아마 똑 부러지는 대쪽 같은면이 더 많은 듯 하다.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이들이 만나서 산다는 것
쉬운 일은 정녕 아니다.

난 너무 고지식하게도 절대 누구에게 아쉬운 소릴 못한다.
그는 지나가다가 처음 만나는 이와도 숟가락만 들고 앉아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을 만큼 낙천적이고 호탕하다.

친구들을 만나면 그네들은 곧잘 남편 자랑들을 한다.

그때도 어김없이 난 늘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킬 뿐이다.

그건 아마도 내가 자랑할 것이 없어서라기보단
내 나름대로의 자로 어떤 평가를 내릴수 있는게 아니란 생각 때문이다.

세상이란 알몸으로 내던져져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함을 이미
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마만큼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내고 있는 그는
늘 언제나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나와는 아주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요즈음 들어 그런 생각이 든다.

그가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길 바랄 뿐이지만
일확천금을 바라고 싶지도 않고
큰 성공에의 지나친 꿈은 그냥 접어 두고 싶다.

다만 언제까지나 건강한 모습으로 거기 그렇게 있어
가장의 자리를 잘 지킬수만 있다면....

이제 아내된 내가 해야 할 일이란
조금더 알뜰 살뜰한 아내가 되어야 겠다는 것

그리하여 내가 그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될 수 있고
행여 어려움에라도 처한다면 내가 힘이 되어 줘야 하지 싶다.

지금 이만큼의 능력으로라도 그에게 도움이 되는 점에
감사해야지.

아직 무엇인가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해야지 그런 생각이다.

얼마 안되는 월급일지라도 때때로 난 가장 노릇을 해 내야 하기에
내겐 아주 큰 의미로 받아 들여지기만 한다.

아주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서 시냇물이 되고 바다가 되듯
나는 그렇게 흘러 흘러 아내의 자리를 만들어 놓아야지.

그가 삶에 힘겨워 한숨을 토해내는 날
내가 그에게 조금만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게

세상에서 가장 편한 아내의 자리를
만들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