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으면 늘 엄마 생각 뿐입니다.
인간의 삶이란 게 그렇게 덧없는 것임을
엄마 가시기 전까진
별로 실감해 본 적이 없습니다.
엄마는 항상 내 곁에 계실 줄만 알았나 봅니다.
어리석게도...
살아계실 적에
다정한 말씀으로 대해드리지 못한 게
못내 가슴 아리게 합니다.
퉁명스럽게
내 기분대로 내 뱉었던 단어들이 살아 나와
내 가슴을 콕콕 찌릅니다.
동생은 슬픔에 겨워 그냥 우는데
난 왜
'엄마! 엄마!!' 목이 메어 부르며 울게 될까요...
불러도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대답 없는 그 이름을...
치매 걸린 어머닐 모시고 사는 한 동료가
위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돌아가신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자식들 고생 안 시키고 본인도 덜 고생하시고
잘 돌아가셨어요...'
난 평소에 잘 대해드리지 못한 게 한 스러워
자꾸만 가슴이 찢어질 거 같다 했습니다.
'친정어머니라서 편하니까 그렇죠.
우리도 나중에 애들한테 다 당하고 살게 돼요.
부모가 먼저 가시는 게 순서지
자식이 먼저 가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효녀니깐
치매 걸린 어머닐 몇 년씩이나 홀로 부양하시면서도
지극 정성이라면서요...
'에구, 남들은 속 모르니깐 그러지
난 날마다 싸워요.
오늘도 가면 싸울 일 있어요.
그래서 돌아가시고 나면 후회하고 울어야 하니깐
절대 화장 안할 거예요.
산소라도 있어야 가서 사죄할 거니깐...'
모두들 친정어머닌 편해서
딸들은 함부로 대하게 된다고,
그래도 어머닌 자식이니까 모두 이해하시는 거라고
위로의 말을 해 줍니다.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에
영정 사진을 부여 안고 통곡을 해 보지만
전에 이렇게 좀 안아드릴 걸 왜 안 했나
후회만 밀려 왔습니다.
'내 금쪽같은 자식 고생 안 시키게 얼른 죽어야 할텐데...'
라시며 눈물 보이시던 어머니 모습이 자꾸만 되살아 납니다.
'언니.
언제부턴가 엄마 웃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는 거 같아.
맨날 편찮으신 모습만 생각 나...'
막내 여동생의 울먹이던 그 말을 듣고서야
나 역시도 지난 날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사는 게 바쁘단 핑계로
내 곁에 모시고 살며
물질적으로 잘 해 드리는 것으로
도리를 다 하는 거라 스스로 위로하며 살아왔던 자신이
정말 밉기만 합니다.
그래도 어머닌 나랑 사는 게 제일 편하셨던지
몇 년을 빼곤 늘 우리집에 계셨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위로해 보는 거지만요...
혹시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엄마 흉 보시지 않으시던?
중1짜리 아들놈에게 철부지처럼 물었습니다.
'외할머니가 그러실 분이우?
오히려 나더러 엄마 속 썩이지 말라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만 하시더구만...'
그래, 그러셨어...
'느이 엄마 다 늙겠다.
엄마 말 좀 잘 들어라...'
엄마는 늘 그러셨지요.
어머니가 많이 기다리시대요,
어째 우리 큰 딸이 올 때가 되었는데 안 온다고...
중환자실로 가시기 전
옆 침상의 환자가 들려 준 말들은
내내 가슴을 아리게 했습니다.
언젠가 농처럼
'엄마, 다 해도 절대 치매는 하지 마.
치매센터로 보내 버릴거야'했던 내 말이
엄마 가슴에 불안으로 남아있었던 걸
이 못난 딸은 모르고 있었지 뭡니까.
정신 놓은 상태에서 매일 문 밖을 바라보며
'우리 딸이 왜 데리러 안 오지?'라며 울고 있을 거라며
눈물까지 보이시더라던 말에
가슴이 어찌나 아프던지...
엄마!
엄마아!!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는 그리운 그 이름을
꿈에서라도 부르고 싶은데
당신은 왜 꿈에도 안 나타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