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다.
밖은 엄청 덥겠지만 여긴 사무실이라 그다지 더운줄 모르겠다.
청소하시는 아줌마께서 오전에 버린 쓰레기를 비우느라,
그리고 휴가떠난 사람들은 빈 책상을 닦아 주시느라 분주하다
아홉 형제 다 버리고 떠난 고향.
자식 하나는 고향에 남아야 하지 않겠냐며
둘째이신 울아버지를 붙잡으셨고
엄마, 아버지 시골에서 부모님 모시고,
동네 궂은 일 마다하지 않으시며
육십평생 농사짖고,
겨울이면 추운 바다에 나가 김양식으로 허리가 휘도록 일만하셨다.
덕분에 작년에 울엄마 허리 수술하시고
울 아버지 어깨, 무릎에 파스 붙이지 않으면 잠을 못이루신다.
돌아 누울 때마다 아이쿠~쿠 소리가 절로 나오신다.
울 엄마 수술하시고 채 일년도 안됐는데...
팔월부터 조그만 사무실 청소하러 다니신단다.
울 아빠 통운회사 경비로 취직하셨다.
농사 백날 지어봐야 돈도 안되고 고생만 한다고...
그렇다고 농사를 아주 버리신건 아니다.
퇴근하기 바쁘게 논으로 밭으로 나가셔서 저녁 아홉시나 되야지 들어오신다.
"농자지천하지대본"이라 했던가?
난 농사, 농부, 농촌, 농협... "농"자 들어가는 건 다 싫다.
오죽하면 농심라면도 안먹는다.
어릴적,
방학때면 잠깐 내려왔다 가는 도시의 사촌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그 사촌들에겐 좋은것 맛있는 것만 주고
우리 형제들에겐 소홀히 할때
나 유난히도 할머니께 많이 대들었다.
곁에서 도와주고, 챙겨주는 우리가 더 낫지 걔네(사촌)들이 더 좋으냐고...(그땐 철이 없었지요)
어제 퇴근하시자 마자 밭으로 가서 고추 다섯 가마니 따셨단다.
그런데 탄저병이 걸려 쓸만한 고추는 채 한가마니도 안된다니...
고춧속 만큼이나 속이 매운건 왜일까.
이리도 열심히 평생 개미처럼, 소처럼 일만하시데...
청소하는 아줌마를 보며
잠시 부모님 생각에 젖어봅니다.
땡볕에서 일하시는 농부님들 생각에
감히 덥다고도 못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