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깨끗한 종이 한 장이 막 구겨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어디로 갈까..... 물론 구겨진 종이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겠지만... 이 구겨진 내 스타일은 어데가서 찾노.... 햇빛이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 봄날같은 날씨이긴 하지만 바람 차가운 날이다... 청바지가게 싸장님 티를 벗어 던지고 오늘은 웨~~~~ㄴ 지.... 섹쉬하면서 지적인 모습으로 변신하고파.... 검은 색으로 물을 들였다.... 거기에 빛나는 목걸이 하나로 포인트를 주니..... 웨이브 진 찰랑찰랑한 긴 머리까지도 유난히 이뻐 보이는 아침이다..... 차갑긴 하지만 싱그런 바람이 아침 시작을 기분좋게 만들고 있다. 골목을 나와 보니 차들이 빽빽하다.... 오늘이 장날이구나...싶어 복잡한 곳을 피해 가려구 하던 참이었다. 마침 장이 서는 입구에서 야채를 팔고 있는 아는 사람 하나...... 우리 도서관 문학회 회원이 두툼한 옷을 껴입고 모자를 쓴채 손님에게 야채를 팔고 있었다... 눈이 마주쳐서 내 미소와 눈인사만 던져주고 차도를 건너기 위해 몸을 돌리는 순간..... 누군가와 확 부딪치면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내 스타일 완전히 망가지는 순간.... 상대 아주머니가 "에구구구....미안해라...."한다... 내가 한눈팔다 이렇게 된것을...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더해진다. 나는 걸음걸이가 힘차다.... 언젠가 눈길 위를 걸어오는데...앞에 오는 낯선 아주머니가 "길 미끄럽지 않나요" 하는걸 "왜요....무척 미끄러워요" 했더니.... "그런데 어째 그렇게 씩씩하게 걸어 오세요" 한다고 할 정도로... 걸을땐 바삐....힘차게 걷는 편이다... 그런데도 내가 나동그라졌으니.... ㅎㅎ아무래도.....근수가 문제였나부다....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아주머니의 근수가 더 나갔는지.... 아....거기까지는 좋았다.... 아주머니.....미안하다고 먼저 말하시더니... "어머 어떡해....내 순두부.....묵....." 하신다.... "어머 죄송해서 어째요...제가 한눈팔다..잘못했는데..... 어머 어쩌나..." 하고 연발하면서 일어났는데..... 넘어질때 엉덩이가 물컹하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아주머니가 사온 검은 비닐 속에 순두부와 그리궁....묵이.... 그야말로 묵사발이 되어 버린 것이다.... 미안하다고 말했던 아주머니는.... "우리가 먹을거면...그냥 가져가는데... 식당을 하기 때문에 물어줘야 해요..."한다... 손바닥에 돌이 박혔는지 쓰리고 아프다.... "에구...그럼요...물어 드릴게요...." 순두부가 터지지는 않았는데 우리 생각에 어차피 모양없는 순두부.... 그냥 넣어도 될것 같은 순두부가.....찌그러졌다고 안된다고 하니... 내 잘못이 컸으니...물어주긴 물어줘야 할 판이다.... 그래서 순두부와 묵값을 쳐주고는 야채파는 사람에게... "나..담부터 아는척 안할래...괜히 눈이 마주쳐서 불 났자나..." 했더니.....웃는다.... 보니....장보러 온 사람들이 많이들 쳐다보고 있었다... 이궁..... 아침부터 거울앞에서 원맨쇼를 하고 나와선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구겨진 내 스타일을..오데가서 찾느냐 말이다..... 보는 눈들이 챙피해서.... 그냥 횡단보도를 건너 가게 안으로 막 뛰어 들어가긴 했는데... 들어와 보니....엉덩이 뒷쪽이 무엇에 젖었는지 축축하다.... 검은 부츠는...흙투성이가 되고.... 스커트도....역시 흙투성이.... 손바닥에서 흐르던 피는 여기저기 흔적을 남겨 놓고.... 쓰라림이 계속되고 있다... 에이... 맨날 입는 청바지나 입구 올껄.... 멋내서 무슨 볼일 있다구....차려 입구 나오나.... 한눈이나 팔지 말던가.... 에구구구 완전 쪼~옥 팔리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