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08

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27


BY 녹차향기 2000-12-08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오신 시어머님께서 문을 열어드리자마자
갑자기 방안으로 후다닥 들어가셨어요.
'화장실이 무척 급하셨던 가 보네...'
속으로 혼자 킥킥 거리고 급히 점심상을 보고 있는데,
전화벨이 따르르륵하고 울리겠지요?
어머님을 찾는 전화라 얼른 안방으로 수화기를 갖고 들어가니
화장실 볼 일이 아니라 책에다 무슨 글씨를 재빠르게 쓰시고
계시는 거예요.
'????'

통화를 마치시고 식사하시러 주방으로 나오시는 어머님 손에는
아까 그 책이 들려있었는데,
'얘, 이거 너 아냐?'
하시며 어머님께서 쓰신 글씨를 보여주셨어요.
거기엔
"00패션"
이라고 적혀있었지요.

'예...그럼 알고말고요.... 근데 왜요?'
'호호호호호....'
어머님은 한참 웃기부터 하시더니 조금은 수줍은 듯, 겸연쩍은 듯
말씀을 하셨지요.


학원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마을버스를 타셨는데 아주 세련미가 넘친 중년쯤의 여자분이 보라색의 멋진 코트에,보라색의 모자를 썼는데, 보라색으로 아이샤도우까지 칠한 여자가 어머님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었대요.
근데, 어찌나 예쁘고 세련되 뵈는지 자꾸 저절로 눈길이 가더래요.
그중에서는 특히 보라색의 모자가 어찌나 보기좋은지 궁금하기 짝이 없어도 꾸욱 참고만 있으셨는데, 옳다쿠나, 저희집 앞 정거장에 그여자분도 같이 내릴 준비를 하더래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줌마, 어쩜 모자가 그렇게 예뻐요? 모자랑, 옷이랑 같은 색으로 맞춰 입고 화장도 그렇게 하니 너무 세련되어 보이네요....호호호..
진짜 예뻐서 그래요....'
'어머, 고마워요.. '
'그 모자 어디서 샀어요? 진짜 멋지다...'
'예.. 백화점 00패션에서 샀는데, 이것 말고 검정색도 있었어요. 가까운 백화점이니 한번 가보세요...'
하더랍니다.

집으로 바로 올라오시자마자 행여나 그 이름을 잊어버릴까 봐 얼른 책에다 적으신 거래요.
얼마나 예쁘고 보기좋으셨으면 그랬을까 싶어서 저두 따라웃었지요.
'그렇게 예뻤어요?'
'암... 그렇다마다.. 얼마나 보기 좋은지, 와! 그렇게 보기 좋게 차려입은 여자는 첨 봤다. 내가 완전히 그여자 한테 반했다니깐!!'
'여자하고 집하고는 가꾸니 나름이라잖아요. 그만큼 정성들이나 투자하고 하면 예뻐보이고 세련되보이는 거죠... '
'진짜 멋지더라.. 근데 그 00패션 좋은거냐?'

어머님은 식사가 끝나도록 그 여자의 그 모자가 계속 눈 앞에 삼삼하신 모양이에요. 평소에도 늙어보이는 거 싫으시다고 바람도 막을 겸 흰머리도 가릴겸 모자를 자주 쓰시거든요.
식사를 마치자마자 어머님을 앞장세우고 그 백화점으로 향했지요.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으니 얼른 가서 그 00패션으로 곧장
갔답니다.
매장직원에게 대충 설명을 하자
'아! 네!!'
하며 벽장속 어딘가에서쯤 큰 비닐봉지를 꺼내 부시럭부시럭하자
여러개의 모자가 잔뜩 나왔는데, 그 모자를 찾아꺼내주었어요.
'바로! 이거다!'
어머님은 꼭 잃었던 보석이라도 찾으신 듯 즐거운 표정이 되셨지요.

매장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써보시는 모습이 얼마나 좋아보이는지,
저두 따라서 같이 써 보았지만...ㅠ.ㅠ
저에겐 너무나 안 어울리는 모자...디자인은 꼭 승마모자를 연상케했어요.
물론 계산은 제가 해 드렸지요.
공연히 너를 데리고 나와 계산하게 했다며 어머님은 손사레를 치셨지만 좋아하시는 것을 사드렸으니 저두 즐겁고 흐믓했답니다.

모자를 쓰시고 나오시는 모습이 어쩜 그리 아이같은지요.

다음날 학원에 쓰고 나가시는 어머님은 손이 계속 모자에만 갔어요.
꼭 다이아반지 첨 사서 낀 사람이 종일 손을 이마에 짚으며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머리야...'
하는 것 처럼요.
어쨌든지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사셨으니 참 다행이지요.
맘에 드는 것을 보고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신 어머님이 멋지지 않나요?

엊그제 친정엄마 생신땜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친정엄마께서 제사일로 강릉다녀오실 일이 생겼어요.
일욜날 새벽에 올라오시는데 제가 전날가서 고기라도 좀 재워놓으려고요. 잡채도 좀 하고, 전도 조금 부치고, 과일샐러드도 만들고.
찹쌀을 넣어 팥밥도 하고...
한상 푸짐히 차려 집에 돌아오시는 엄마를 맞을 생각이에요.
물론 딸 넷과 새언니가 함께 해야겠죠?
생각만 해도 흐믓해지는걸요...
함께 염려해주신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아줌마.컴입니다.
그쵸?
여기들어오면 꼭 따슨 온돌에 들어오는 느낌이라니깐요...

그럼, 모두 즐거운 주말 지네세요.
전 친정가서 오빠,언니,동생,형부,제부,조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보내고 올게여...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