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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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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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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BY 雪里 2003-02-03


병원 창문을 통해 내다뵈는 눈은 달랐다.

집에서 늘상 보던 그런 눈(雪)이 아니고
가끔씩 시골집에서 큰 창을 통해 내다보던
멋진 춤꾼의 춤사위처럼 흐드러진,
혹은 축제의 빵바레 소리까지 담고 내리는듯이
가슴이 괜스리 들떠서 시선을 바로 옮기지 못하게 하여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어야만 했던,
그런 눈(雪)은 더더욱 아니었다.

처량맞게도 힘없이 내리더니 잠깐 몰아치는 바람에
이리저리 자리를 못 찾고 헤매고 있다.

곱게 다듬어진 향나무위에 앉으면 편할것을,
병원으로 들어서는 차위에 앉고,
짓 이겨지는 차도로 앉아 버리고 만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거기에 오는 눈을 늘 그렇게 왔다.

가끔씩 들리는 앰브런스 소리는
아직 물체가 어둠을 뚫고 나오지 못한 새벽에도 울려서
나를 스프링처럼 창가로 다가서게 하였고,
응급실로 들어가는 차의 뒷꽁무니가 안보인 한참 후에야
보조 침대에 다시 몸을 뉘워도,
아들놈이 초등학교 일학년때 앵앵거리며 모든 차들을 뒤로 밀고
도로 한복판을 질주하며 들어섰던 그때의 가슴이 되어
몇번씩 큰 숨을 몰아 쉬어야만 가라앉는 마음은
이미 이십년이 가까운데도 가슴 한구석에
아주 작은불씨로 남아 있다가,
병원에 들어와 다시 듣는 구급차 소리에
다시 살아 나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것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했던가!

옆침대에 인공관절 수술을 기다리며 누워 있는 환자를 보면서
이만큼이라도 걸어다닐 수 있을만큼 아픈게 다행이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화상 환자의 얼굴을 보곤
거울앞에서 마주보며 불만스럽던 그여자에게 너그러워 지려
마음 고쳐 먹는다.

딸둘을 두었다가 부인의 외도(남자쪽 말)로 이혼을 하고
딸려보낸 딸들이 보고싶어 미국으로 국제전화를 하고 있는,
7층으로 올라와 사흘을 같이 했던 옆 침대 아저씨에게서
부부간의 이야기를 다시 들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동안 내가 남편과 지냈던 날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 본다.

젊은아이라 그런지 아들은,
회복되는게 눈에 보이는듯하다.
환한 얼굴을 보는 순간엔 수술을 미루며 고통을 주었던게
내탓인듯 싶어 가슴이 아프다.
몸이 어지간 해지면 싫어하는 운동을 억지로라도 시켜야겠다.
자식이 아픈걸 옆에서 지켜보느니 내가 열갑절 아픈게 낫겠다.

닮을걸 닮아야지~!
아들이면서도 어미를 꼭 빼 닮더니,
하필이면 허리 아픈것 까지 닮으면 어쩐단 말인지.

많이 풀린 기온탓에 흙길이 엉망이다.
질척거리는 흙 밑에 연두빛의 생명이 있을듯 싶다.

편안해진 마음으로 한참만에 올려보는 하늘이 무척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