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코 앞에 다가왔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누웠는데 문득 씽크대 위에 반찬을 그냥 놔 둔게 생각 났다
귀찮기도 하고 날도 춥고 해서 괜찮겠다 싶어 그냥 이불을 뒤집어 썼다
그런데 갑자기 예전에 엄마가 부엌에서 혼자 밥을 드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 그런 엄마를 보고 엄마 왜 거기서 밥 먹어 했더니 엄마는 뭐하나 크게 들킨냥 밥은 뭐 하며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상황을 이해시켜었다. 그런 엄마의 말에 난 좀 의아했구 그냥 묻기만 한 건데 왜 그러시나 싶었다.
지금은 그때의 엄마를 이해한다. 내가 시집을 가 시어른들과 시동생들과 살았을때 몰래 먹던 눈치밥.
한번도 같이 밥을 먹어본 적도 없고 시집 시구들이 나가야 겨우 밥을 먹을 수 있었던때
앉아서 먹으면 맘이 더 불안해 서서먹어야 맘이 놓이던 그 눈치밥
그러다 누군가에게 들키면 엄마는 ??거리기도하고 버리기 아까워 먹는다 조금 남아 먹는다.....그런 엄말 보고 말솜씨 없는 아빤 뭘그리 먹어대냐구 하시구.
추운 겨울날 갑자기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 옆에 누워있는 아이의 평온한 모습을 보니 더 그렇다
화장대 앞에서 루즈를 바르며 뻐끔거리던 모습 적당히 살이 찌셔서기대고 싶던 모습 무거운 물건도 척척 들고 다니시던 모습 쌍가풀진 선명한 눈매 주기적으로 염색하시던 검은머리.....
그러나 지금은
애를 낳고 엄마가 몸조리 해준다고 오셨을때 엄마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희끗한 머리 희미해진 눈매 쳐진 어깨에 긴 소매의 옷
엄마의 젊은 모습은 온대간데없고 정말 노인이 되있었다.예전엔 그정도 아니였던 것 같은데..
그런 엄마에게 산후조리 시킬 수 없어 힘든 몸으로 울기도 하구 내형편에 화도 나기도 햇었다
엄마는 오로지 빨래만하시구 엄마도 뭘해야 몰라 그냥 계시구
난 몸을 일으켜 엄마 청소좀 하고 얘기를 햇더니 청소기 끄는 소리 날까봐 들구 들어와 하시는 모습에 더이상 일을 시킬 수 없었다
엄마는 끼니때도 나와 밥을 먹지 않구 눈치를보구 ....
보다못해 끼니때마다 상을 차려 드리고 등떠밀어 드시게했다
가시방석처럼 불편했던지 언제 가면되냐구 자꾸 물어 보시구.......
정말 힘들었었다 새벽마다 깨는 아이 안고 젖먹이구.
바닥에 누워커억커억코를 힘들게 고시는 모습이 어찌나 안되보이던지.....
난 엄마에게 해방을 줬구 조금의 답례를 했지만 큰용돈 한번 드리지 못한 맘이 괴로웠다
엄마의 쳐진어깨 친정언니가 조카를 맡기면서 얻은 잔병
그래서 난 언니가 싫다.조카를떠 맡고 엄마는 난로난로 말라가구 있었구
급기야는 내가 임신 했을대 몸이 축나계셨다 지금도 병원 얘기만 나오면 무서워진다
내가 임신했을대 엄마의 손이 그리우면 언니는 그럴때만 엄마를 불러드렸다 어떻게 일이 그렇게 되기도 했었다 입덧이 심할 때도..
애를 낳고 조리하면서 언니는조리원에 한 두달 있으라구 했구 그말이 넘 서운했었지만 엄마생각해서 조리원에 가기로 마음 먹었었다 그리구 내게 일하는 아줌마 두구 기회되면 보모도 두구 하라구 내형편을 알고 그런건지 모르고 그런건지 툭하면 십만원 한장도 내게는 십원처럼얘기하며 쓰게 만들구
그래도 다 참았었다.
엄마가 힘들까봐......
그런데
언니가 또 애를 낳았다.
내게 조리원 가라던 사람이 또 엄마를 불러들였다
그 마른 몸을 해 가지고 엄마는 또 어니에게로 갔구 엄마말이 한달은 잇어야 한다구..
나는 길길이 날뛰구 그것들하며 욕을 퍼부었구 좋지 않은 맘으로 전화를 끊었다
엄마는 내가 몸을 풀때보다 더 힘이 있는 목소리로 자진해서 일을 할려고 했다.나는섭섭했다 눈물이 쭈욱 흘러내렸다
이번 설이 지나고 나서 친정에서 좀 쉬려고 했는데 언니는 또 때 마침 엄마를 불렀다
나는 기댈 곳이 없는
외로움에 견딜수 없었다
아무도 기댈 곳 없는 내 이 허전하고 슬픈 마음 아무도 모른다
엄마힘들까봐 내아이 보시지 말게하구 엄마힘들까봐 봐달란 얘기 잘 못햇었는데
엄마는 조카가 더 살가운 것일까
이럴줄 알았으면 힘든 엄마에게 우리아이 많이 맡기고 다닐껄 하는 철없는 생각도 든다
내 성격에 둘재를 낳아도 그리 못하겠지만
그때가되면 엄마는 더 노쇠해 있을 테니 말도 못 건네겠지
철없는 막내가 오늘밤 유난히 엄마에게 투정하고 싶다
맏며느리로 살면서 이런날 엄마가 더 보고싶다
더 기대고 싶구 위로 받고 싶은데
엄마는 언니에게가 계신단다
도우미아줌마도 내보내구 엄마가 조리해 주신단다.
그런데 나는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걸까
당연한 일인데 엄마 힘들까봐
감기걸리까봐
늘 걱정인데
나는 왜 엄마에게 화가나는 걸까.
오늘밤
아이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더 미어진다
엄마 건강 좀 생각하면서 쉬엄쉬엄 해
나도 있잖아.......
이번 설엔 엄마 몸보신하게 고기 사 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