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되네요.
다들 고향가는길의 힘든여정을 시작하고 있을테지만,
태생이 서울이거나, 그도 아니면 어쩔수 없이 고향에 가지 못하는
분들은 티비영화나 비디오를 통해 영화를 접할수 있는
좋은시간이 아닌가 싶네요.
오늘아침엔 신문의 티비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설연휴 동안에도 눈에 딱 띠는 그런 괜찮은 영화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한때는 티비영화를 보기 위해 명절을 기다리는 일도 있었는데
다른매체의 발달의 영향도 있겠으나, 어느때부턴가는
그저 그런 영화, 한물간 영화를 재탕 삼탕하는 구태의연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어서 티비영화에
특별히 기대를 하지 않게 되는것 같습니다.
설명절, 이영화를 가족들과 함께 보면 어떨까, 싶어서 소개합니다.
'YMCA야구단'(황성베쓰볼팀)
좋은영화가 극장에서 금방 내려지고 곧 비디오로 나와 있는걸
볼때면 참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그래서 더욱 반가운, 상반된
심정은,,, 참 쓸쓸한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관객몰이에는 어느정도 성공한듯 싶지만
생각보다 빨리 비디오로 출시가 되어서
반가운 마음 한편으로 의아한마음도 숨기지 못한채
비디오를 받아들었던것 같습니다.
송강호의 코믹한 연기가 단연 돋보이더군요.
김혜수의 고전의상도 참 멋스러웠습니다.
김혜수는 영화를 찍는 동안 12벌의 새로운 옷을
갈아 입었는데 날씬한 몸매를 강조한 그 의상들이 무척이나 맘에
들어 했다는 후문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조선말, 일제강점기가 막 시작되려던 시점입니다.
선비 이호창(송강호)의 아버진 다분히 보수적이며
선비다운 인물입니다. 당시의 의관을 정제하고
아들 호창이 자신의 뒤를 이어 서당훈장이 되길 바라는
아버지 입니다. 선비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 아버지에 비해
아들 호창은 댕기머리 대신 까까머리에 바지저고리를 입고
풀밭에서 공을 차고 노는 생김은 조선사람이나 생각은 미래의
변화된 세상을 꿈꾸고 있는 조선총각입니다.
여기에서 굳이 설명은 하지않지만
아들과 아버지의 어긋난 현실관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그런 호창이 어느날 정림(김혜수)이라는 신여성을 만나고
야구라는 신식스포츠를 만난건 아주 우연한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친구랑 차던 공이 옆집 (정림의 집)으로 넘어가
호창이 공을 찾기위해 두리번 거리던 때였습니다. 외국인 선교사둘이
작은 공을 가지고 글러브를 이용해 던졌다 받았다 하는양을
보았던 것이지요... 공은 차는줄만 알았던 호창에게 그 신기한
'공던지'는 단숨에 호창으로 하여금 야구에 관심을 갖게 하였고...
때마침 '황성베쓰볼팀'을 창단할거라는 소문에 마음이
달뜨기 시작합니다.
공을 다루는 기술이 남달랐던 호창은 당연히 황성야구단
4번 타자로 당당하게 입단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예의 그 코믹한 연기를 절제하듯 보여주는데요,
'한템포 느린 웃음의 미학'이라고나 할까요..
다시 한번 생각하면 웃음이 나서 그 장면을 다시 보게 만드는 그런
웃음이요...
4번타자로 지목받은 호창왈..'나, 죽을 사자 4번 타자는 싫소'라든가,
일본팀과의 대결에서 커브를 던지는 일본팀투수를 향해
'직구던져!'소리치는 장면이라든가...
어느새 사모의 정을 품은 정림에게 밤을 새워 연애편지를 쓰는
호창을 보는 일이 이 영화를 얼마나 매력적이게 하던지요..
황성야구단으로 말할것 같으면 우리나라 최초의 야구단이라고
했고, 이 영화는 실화에 근거를 두고 만든 작품이라더군요.
황성야구단은 야구시합에서 승승장구를 합니다.
당시의 신문은'황성YMCA가 다른 팀을 꺾는 것은 얘깃거리가 되지 않았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이 져야만 뉴스거리가 되는 것이었다'라고 썼답니다.
일제가 강제로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하고 일본의 침략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황성야구단의 눈부신활동을 지켜보는 일은 당시
황성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차원을 넘어선 민족적인
기대와 염원이 담겼노라는 메세지를 보여주는 경기가 있었습니다.
황성야구단의 전용구장(?)을 일본군들이 '이제부터 여기는
우리가 접수한다'고 선전포고를 해오고
그렇다면 우리 시합으로 정정당당하게 결판내자고 담판을 지은사람은
정림의 애인 '대현'이었습니다.
대현은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며 일본야구을 배우고온
황성야구단의 막강한 투수이자, 극중에서 변절한 관료
(황성야구단원이자 호창의 절친한 친구인 광태의 아버지)
암살하려던 열혈청년이기도 합니다.
(대현을 열연한 김주혁은 탤런트 김무생씨의 아드님이라지요?)
황성야구단과 일본팀(성남구락부)의 경기가 임박해졌습니다.
그런데 아들호창이 야구단에 소속된걸 알고
호창의 아버진 호창을 끌고 고향으로 내려가 버립니다.
게다가 황성야구단에 막대한 지장이 생긴건 그뿐만이 아닙니다.
대현이 ?기는 몸이 된거지요... 불국사에 찾아든 대현과 정림의
호젓한 데이트는 그래서 새벽이라야 가능했을 겁니다.
그래서 시합이 우야무야된 상황이 되어 버리는데,
일본군은 광태와 그의 아버지를 불러 들입니다.
어떻게 하든 야구시합을 시작하고 대현과 정림이 그 시합에
참석하도록 하라구요...
자신이 일본군에 잡힐것을 알면서 대현은 야구시합에
참가하기 위해 황성야구단으로 모입니다.
고향에 가있던 호창도 아버지의 배려로 황성으로 올라옵니다.
갓쓰고, 도포입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달려서 혼비백산한채로
그가 꿈꾸던 '암행어사'가 되어 야구장에 도착합니다.
아,호창의 꿈은 과거시험이 폐지되어 이제는 없어져 버린
'암행어사'가 되어 보는거였습니다.
그의 꿈을 듣던 정림은 그가 계속해서 꿈꿀수 있도록
예전 암행어사를 두번이나 했다는 외숙부의 마패를
호창에게 건네 주었었구요...
황성야구단과 일본팀의 경기는 제9회말 4대4 동점에다,
투아웃 상황이었습니다.
직구를 던지라며 일본팀투수에게 큰소리 치지만 투수는 계속해서
커브를 던집니다. 투스트라이크, 마지막 한방이 어찌될까.. 가슴이
조여오는데 어디선가 학이 한마리 나타나고 (좀 황당하지요?)
호창이 학폼을 잡는데 딱... 공이 날아갑니다.
하늘을 뚫고 날아가다 강한가운데로 떨어지는 공.. 그 공의 방향을
따라 일제히 고개를 돌리던 황성시민들 아니 조선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릅니다. 만세... 만세!!
일본이 조선땅을 강제 점령했지만,
그래서 조선의 백성들도 식민지 백성일수 밖에 없었지만,
적어도 그날은 조선이 일본을 이긴 정말 가슴벅찬 승리의 날이었을
테지요.. 그날 그 백성들의 심정을 헤아려 봅니다.
물기어린 눈을 들어 화면을 응시하니
특별출연한 조승우가 '암행어사출두요~'를 외치고
일본군에게 깨지고 짓밟힌 호창이 피투성이가 된채로 살포시 미소를
짓습니다.
호창은 어릴적 꿈을 잠시나마 이루었습니다.
조선은 승리의 기쁨에 도취된것도 잠시,
일본군의 군홧발에 짓밟히고 있었습니다만....
어딘가에 숨어있을 대한제국의 꿈을 또한 꾸고 있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