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나라에 산지...음 그러니까 산다고 하는것도 말이 안되지만
어쨌거나 이나라에서 붙어 있은지,
인간들 수로 치자면 한 30년쯤?
잘은 모르겠다. 그렇지만 따지자면 그쯤 되었을거란 거다.
나?
물론 사람아니다. 죽어서 하늘로 가지 못한, 소위 당신들, 인간들이
말하는 귀신, 잡귀인 셈이다.
그치만 내가 당신들에게 뭔 해꼬지를 한단든가 이러지는 않는다.
뭐 가끔 장난은 치지만, 그런 장난쯤이야( 길을 가다가 이유없이 날아온 캔에 정강이를 맞는다든가..뭐 그런 애교있는 장난)
내가 하지 않더라도 나아닌 다른 잡귀들이 할터이니 크게 억울해 할 일은 아니다.
요즘...내가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첨엔 그냥 웃어 넘기려 했는데
이젠 이 잡귀 눈에서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내가 30년 전쯤 보아온 명절..그러니까 설이나 추석에
며느리들 시집에 가서 죽어라 일하고 대접 못받는거..
당연했다.
다들 그러고 살았으니까.
당하는 여자들도 다들 당연하게 여겼고, 간혹 불만이 있는 여자들은
남편만 잡고 퍼부어대거나
같은 여자면서 여자들 욕만 해대더라.
그리 합리적이라고 여기지는 않았지만(참고로 난 귀신인지라 다른 나라 여자들 어찌사는지 순간에 다 볼 수가 있다는걸 밝혀두겠다)
그래도 이리 못사는 나라에서 다 잘 살아보자고 하는 일이지 싶어서
그냥 편한 맘으로 남의 제사상에 끼어서
밥도 먹고 떡도 먹고 그랬다.
(나중에 밝히겠지만 내 젯상 차려주는 사람 없어서..)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바뀐게 별로 없다.
빌딩은 높아만지고, 공기는 정말 날로 날로 더러워져서
이 귀신이 살기도 갑갑해졌구만,
어찌하여 명절 분위기는 바뀌는게 없는고?
이상타, 이상타, 이상도 하여라.
일주일전부터 이땅의 며느리들 한숨소리 높아가니
청력 좋은 이 귀신 잠도 편히 자기 힘들다.
물론 어디가도 편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어서
같은 며느리라도 탱자탱자 놀 궁리만 하거나
심지어는 해외로 도망갈 계획에 시시덕 거리는 며느리도
조금은 있긴 하더라만
대부분의 며느리가 번갈아 푹푹 내쉬는 한숨에
내 잠자리가 들썩 들썩하니 도대체 살수가 있나.
나야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귀신이지만
이땅의 남자들은 양심도 없는가보다.
자기 여편네가 죽어라 고생하고 음식 해대는데
방에서 그놈의 티비란거만 보는데
저번 명절에 보고도 또 웃음이 나오나?
다 까먹어서 또 봐도 재밌나?
그렇게 남자들 머리가 나쁜가...?
여자들은 아마도 평소에 큰 죄를 짓는가 보다.
그렇게 소처럼 일만하고
결국 상만 차리고 설거지만 할뿐
절하고 생색 내는건 남자더라. (옆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나이좀 있어 보이는 여자는 젊은 여자들 부리는 걸 소위 말하는 파출부 부리는 것보다 더 당연하게 여기더라..거 참 ..이상타, 돈을 그만큼 많이 주나?)
그러고 보니 이나라 여자들은 무쇠팔 무쇠다린가보다.
허위허위 어린것들 끌고 미리 시집이라고 가서는
엉덩이 바닥에 대기전부터 온갖 잡일부터
차례상 준비까지 며칠을 그렇게
노동을 하더라.
도대체 얼마를 받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노동을 하면 많이 받기는 하겠지..뭐.
안그럼 그런 착취에 가까운 노동을 하고 있겠어?
이땅에서 남자는 여자보다 고등동물인거 같다.
말로 하자면 끝이 없는 그 예들...
내가 여성해방론자도 아니고 입만 아프니 그 예를 들진 않겠다.
다만, 부탁컨데
인간들아 다시 여자들 명절 쇨 걱정에 미리부터 머리아프고
한숨쉬게 좀 하지 말아달라...
내 부탁은 이거 하나다.
나, 잠좀 편히 자자.
당신들 여편네 맘좀 달래서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하는 짓좀 하지 말게 하란 말이다.
하긴...
이 귀신보다는
한숨을 내쉬고 들이쉬고 하는 그 여자들 속은 어떨까 싶긴하다.
내가 알아주면 뭣하나.
정작 그 남편이란 사람들은 나몰라라,
여자의 본분이니 어쩌겠냐 하고
팔짱만 끼고 있더라.
헤헤..
그러나, 남자들 그건 모르지?
당신들 그렇게 살다가 다음 생에 이보다 더한 일만 해야하는
신세로 태어난다는 것을....
음...
마지막으로
나는 30년 전쯤 마누라 죽어라 패다가
발을 헛디뎌 낙상해서 죽은 사람이다.
운좋게 저승사자 따돌리고 이승도 저승도 아닌 신세로
이렇게 살지만,
죽어라 맞는 여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보담은 백배 천배 낫지 않은가
말이다.
고로 난 행복하여라.
난 오늘도 날 찾아 다니는 저 놈의 저승사자 피해 다니는
그것만 하면 되니 말이다.
아~~~
언제쯤 명절이 끝나려나?
잠좀 편히 자봤으면.....
명절아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