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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59) 길들여진 바보들


BY 남상순 2003-01-29

어제는 아지매들의 반란이 있었다.
겨울바다를 보고싶다고 안면도에 가기로 했다.

나는 충청도 사람이다.
안면도는 귀양지 정도쯤으로 생각하고 있던 터라서
그 아름답다는 안면도가 멀게만 느껴졌다.
물론 한번도 가보지를 못했다.

아침부터 뉴스에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았다.
충청 호남지역에 눈이 온다는 뉴스가 마음을 초조하게 했다.

모두 가까운데 온천이나 다녀오자고 했다.
하지만 온천이나 가자고 하루를 사용하기는 너무 무모했다.
날씨는 맑고 깨끗한데 겨울 운전이란 참 예측 불허다.

두대에 9명이 나눠타고 일단 서해안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화성 휴게소에서 라면 먹고 가야한다는 친구들 극성에
콩나물 국밥까지 두둑히 먹고나니
땅끝마을 까지라도 갈 수 있을듯 하다.

차안에선 설왕설래 했다.
아산온천으로 가자
대천해수욕장에 가서 겨울바다를 보자.
모처럼 일탈의 기분은 마침내 안면도에 도착했다.

마침 밀물때라서 파도치며 태평양을 끌어오는 중이었다.
바닷가에서 고운 모래를 밟으며 오버깃을 세우고 짝지어 걸으며
모두들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따끈한 차 한잔 마시자고 분위기 값을 톡톡히 주고 들어선
카페에서 창가에 앉아 내다보는 겨울바다
뜨거운 여름날의 불태운 낭만의 자취들이 아직도
파도속에 넘실거리는데...이게 웬일인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따끈한 상화차 유자차를 여유롭게 마시려던 아지매들은
벌떡 일어서며 탈출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쳤다.

폭설지역을 빨리 벗어나야한다고...
차 한잔 음미하지 못한채 서둘러 휑하니 일어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왜 그리 걱정되고 무섭던지...그 아름다운 눈이...

눈발이 심해지자 초긴장을 하며 인천방향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점심도 먹을 엄두를 못내고 달리고 달려 오다보니 3시경에
서해대교 휴게소에 이르렀다.

얼마나 바보 같은 아재매들인가.
얼마나 순진한 아지매들인가
얼마나 잘 길들여진 집지기 들인가

느긋하게 따끈한 차를 분위기와 함께 마신 후
그 위에 멋진 콘도 건물에 들어가서 큰 방 하나를 예약하고
멋진 저녁을 먹으면서 모두들 갖고 있던 휴대폰으로

"여보! 여기 안면도인데 폭설로 교통 두절이예요"
"일단 좋은 콘도가 있어서 아홉명이 들어왔어요"
"자고 내일 교통 사정이 좋아지면 올라갈께요"

이건 정말 찬스인거야!

젖먹일 아이가 있나?
학교 보낼 아이 도시락 걱정이 있나?
뭣 때문에 그리 기절 초풍을 하며 혹성탈출이라도 할량으로
폭설지역을 벗어날려고 안간힘을 썼단 말인가?

그리 멋진 겨울풍경을 언제 다시 감상할 수가 있다고!
그렇게 멋진 겨울바다의 추억을 언제 또 만들어 볼것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울하다 그렇다고 다시 갈수도 없고
바보 바보 바보 보바 보바 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