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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에 눈은 내리고...


BY 아침커피 2003-01-23


창 밖에 눈은 내리고...하루의 피곤함도 잊은 채
그냥 앉아있기만 하여도 행복한 밤입니다.
바라보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즐거움이 소복히 가슴에 내려앉는 밤입니다.

긴 기다림의 설레임만큼
오후부터 내렸던 첫눈이
눈부비고 일어난 신새벽 내 창가에 아직도 머물고 있습니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요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평소에 비를 좋아하는 나는
올 겨울은 다른 해와 달리 유난히 건조해서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만큼이나
너무나 무미건조하여
은근히 실증까지 났었는데
이런 마음을 알아버린 탓일까요?

마치 아무 일 없었듯
하늘은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셨군요.
소리없이 내리는 하얀 눈을 보며
이렇게 꼬박 밤을 새워도
피곤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엊저녁 퇴근길을 생각해보니
피식 웃음이 납니다.
내가 사는 이곳은 
겨울에 눈구경하기는 정말 어려워
오후부터 쌀가루처럼 가느다란 눈발이 날리기에
기분이 들떠 일하다가 말고 창밖을 몇번씩 서성였는데
얼마 전에도 한 두번 병아리 눈물만큼 내려
저렇게 날리다 말겠지 상심만 했었는데

가랑비에 옷 젖는다 하였던가요
예상치 못했던 세상은 온통 별천지 ^^
기분은 신났지만, 미끄러운 퇴근길이 덜컹 겁이 납니다.
거리에는 온통 엉거주춤한 차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맘은 마냥 즐거워
나란히 앉은 여직원과
거리의 무법차처럼 우린 음악 볼륨을 크게 높여
음악과 풍경에 취해 마치 또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착각을 하며
30분이면 오가는 거리를 두시간을 훨씬 넘겨버린 퇴근길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 버린 지금
첫눈이 내려 그 흔한 약속도
누가 나를 위해 기다려 줄 사람도 없다는 걸 잘 알면서
그래도 이렇게 기분이 들떠는 걸 보면 
산다는 것은 
내가 숨쉬고 있다는 것
내가 살아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충분한 의미를 깨닫는 이 밤
축복의 눈이 날리듯
행복이 하나, 둘 가슴에 쌓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