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저녁도 내 배는 빵빵하게 불러 배부른 행복에 취해본다.
누가 그랬던가?
배가 부르니 하늘이 돈짝만해 보이고 대통령도 부럽지 않다고.
지금 다니는 식당에서 제대로의 저녁을 먹어보는게 불과 며칠전부터이다.
직원 모두는 직장을 그만둘 각오로 사장님과 사모님께 농성을 했었고
한가지의 반찬을 해 주더라도 가능한 저녁밥을 먹기로 약속을 받아내었다.
출근을 하자마자 청소와 점심손님맞이를 준비하다보면 아침식사는
11시에서 12시 사이.
국이나 찌개한가지에 김치하나.
갖지은 따뜻한 밥이 아니라 전날 손님에게 팔고 남은것으로 식사를 때운다.
때론 미처 데우지를 못해 차디찬 밥을 정수기의 따끈한 물에 말아먹기도 하고
식사중에 밀려오는 손님들로 인해 허겁지겁 한수저의 밥에다 김치 한조각 우물거려
꿀꺽 삼키우고 주문을 받는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 나머지의 밥을 목구멍에 밀어넣고
우린...전쟁을 시작한다.
밀고 밀치우고.
물밀듯 밀려오는 손님들을 받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두어시를 넘긴다.
고기와 면을 파는집이라 정해진 점심시간도 없이 그때부터는 띄엄띄엄.
주방에서 점심상을 차리라는 소리에 시간을 보면 3시에서 4시사이.
얼마나 동동거리며 잰걸음을 옮겼던지
후끈 발바닥이 달아오른듯한 느낌이다.
허기조차도 느낄새없이 상머리에 앉다보면 조금은 서글퍼진다.
김치하나와 양념한 간장하나.
우적우적 간장에 비빈밥을 김치조가리와 함께 밀어넣고
정수기의 따뜻한 물로 나머지의 허기를 메운다.
허기가 가시고...
우린 다시 저녁손님을 위해 준비를 시작한다.
푸성귀를 다듬어 씻고 물수건의 비닐을 벗기고
쌈장도 만들고 마늘과 고추도 다듬어 저며놓고...
사이사이 손님들을 받아가며 벗어놓은 유니폼과 방석 껍대기를 세탁기에 돌리고
유리창을 닦고 삶아놓은 수저와 젖가락도 하나씩 힘주어 마른행주로 윤을내고...
어영부영 저녁시간이 닥아온다.
다시또 전쟁은 시작된다.
개업을 한지 얼마되지 않은대다 테레비에서 선전까지 해 놓으니
손님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든 테이블이 다 차면 116명.
몇번인가를 찾다가 빠지고 다시또 채우고...
손님들도 종업원들도 주문을하고 받고 요구를 하고 받기에 정신들이 없다.
테이블마다 몇번의 손님들이 들고나면 조금은 정신이 차려지고
그때부터는 허기가 밀려온다.
때론...
얼마나 배가고픈지 속이 쓰리며 신물도 넘어오고
대책없이 생수만을 벌컥벌컥 뱃속으로 들이민다.
방손님이 나간뒤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들이 (대학 1년생 여자 )
상을 치우러 들어가며 손짖으로 나를 부른다.
" 언니 빨리와 "
왜? 입모양으로 물으며 따라들어가니 손님들이 먹다가 남긴 고기들을 게걸스럽게 먹고있다.
" 언니, 이거먹어. 맛잇어. "
" 너네... 이걸 왜 먹니? "
" 배가 너무고파 "
웃엇지만... 코끝이 찡해오며 마음이 아파온다.
저녀석들도 제 집에서는 귀한놈일텐데...
" 너희나 많이 먹어 "
살그머니 방문을 닫아주고 난 다시 빈상을 치우러 정신없이 뛴다.
아무리 허기가 져도 남이 먹다남긴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갈거 같지않다.
아직은... 배가 덜 고파서일까?
때론, 음식냄새에 꿀꺽 침이 넘어가면 달려가 생수를 마신다.
9시쯤이면 거의 들어오는 손님은 없고 이미 들어와 식사와 술을 마시고있는 사람들 뿐이다.
그때쯤이면 홀장은 주방에 대고 소리를 친다.
" 저녁먹자구요 "
하지만... 누구하나 대답하는 이 없고 뒷설겆이에 바쁘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주인네가 밥을 주지 말라고 햇다한다.
하루 두끼의 식사도 김치외에는 아무것도 주지말라고...
몇날을 며칠을 밥달라고 아우성이던 직원들이 하나씩 둘씩 포기들을 하고...
전쟁이끝나 퇴근을 해서 집에오면 밤 10시 30분쯤.
씻을 사이도 없이 주방으로 간 나는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는다.
컴라면을 하나 뜯어서는 물이 채 끓을 사이도 없이 가득따라 붓는다.
제대로 익지도 않은 라면을 후르륵 거리다 보면
때론... 툼벙거리며 눈물 방울이 떨구어진다.
며칠전.
정확히는 상가집에 다녀와 오후 출근을 하니 식당안이 술렁거리며
주방장과 홀장과 사장내외와 본점 사장과...
웅성웅성 혼란스럽게 모여있다.
그것은 투쟁이었나보다.
우리에게...밥을 달라.
최소한의 인간대접을 해 달라.
배가고파 더는 일을 할수가 없다.
주방안에 흐드러진게 먹거리인데 하루두끼 김치하나와 간장만을 먹고는
이집에서 있을수가 없다.
그랬었다.
항상...
직원들끼리 모이면 민생고를 해결하자 였었다.
누구하나 배신하지 말고 밥 얘기가 나오면 뭉치고 우리의 요구가 받들여지지 않을때는
가차없이 그만두자 였었고.
그 총대는 경험많고 스카웃되어온 홀장이 맏기로 했었다.
말하자면... 주동자는 내가 아닌 홀장이었고.
그다지 경험없는 나는 나이를 떠나 뒤를 따르기로 한 것이었는데
마침 내가 상가집에를 갔었고.
그 사이에 사장 내외가 나대신 대타를 고용하려 했었다고 한다.
처음..
그 식당에 들어갈때 난 분명 얘기를 했었다.
12일 서울에 볼일이 있어 그날은 빠져야 하며
예측치못하게 초상이라도 나면 전 일을 못합니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 병원에를 가야하는데 오전근무를 못할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외에는 결근이라는게 없을것이며 만약 몸이라도 아프면 119를 불러주십시요.
쫓아내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있을겁니다.
그건..
웬만큼 아는 사람은 알고 있었고
중간에 배가고파 오래는 다닐수 없겠다는것 또한 알고 있었는데
없는 나를 짜르네마네 한대다가 그날은 점심조차도 먹지를 못해 결국은 터져 버린것이다.
서로가 타협점을 찾아 고용주는 우리에게 밥을 주기로 했고
반찬도 한두가지는 준비해 준다는 약속을 받아냄과 동시에
새 사람 일 가르켜 쓰느니 마음맞는 나를 계속 직원으로 둔다는 약속또한 받아내고
직원들은 더 열심히 일을 하고 나 역시도 가능한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약속을 한뒤 농성은 마무리를 지었다.
그날 저녁부터
아이들은 손님상을 넘실대지 않고
난 컵라면을 더이상 먹지 않아도 되었다.
오늘저녁은 칼국수를 먹고 왔는데 이 식탐많은 미련곰팅이가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한동안은 배가불러 씩씩대니 순디기가 배가 어지간히 부르나 보다고 모두 놀려댄다.
한그릇의 칼국수가 나를 웬만큼은 행복하게 하고
조금은 또 여유까지 부려보게 된다.
이젠 그만 씻고 자야지.
내일은 또 내일의 전쟁을 치루러 가야하니까.
ps: '해고의 위기' 글에대한 여러분들의 분분한 의견에...
조금은 나를 변명해 보자고 두서없이 적어 보았읍니다.
그냥...
그대로 바라보아 주셨으면...
하지만 여러분의 냉철한 판단과 지적
그리고 관심과 사랑...
모두 감사드립니다.
사실 전 고용인이기 때문에 고용인 입장에서만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겠읍니다.
고용주라면... 글쎄요.
조금은 다르게 표현?怜憫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