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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고통을 근거로 한 안락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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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했을까


BY 칵테일 2000-09-14

이번 추석연휴가 시작된 10일엔 시고모부님 49제가 있었습니다.
광불사란 절에 모두 갔어요.
49제란 불교식 행사인 모양인데, 사람이 죽어 다른 걸로 환생하기까지의 시간이 49일이라더군요.

법당에 앉아 2시간 가량 꼬박 불경을 읽거나, 스님의 독경을 듣고, 가끔씩 일어나서 절하고..... 돈내고 그랬습니다.

한번 절할때 만원이상씩들 내던데, 그것도 몇 번 하니까 금새 돈이 수북히 쌓이더군요.
남편에게 저건 누가 갖지? 그랬더니 남편이 심드렁하게 그럽디다.
중이 가져~ 왜? 궁금해?


12시에 시작한 49제를 3시쯤에 마치고 부지런히 서둘러 간 곳은 김포.
내 사촌오라버니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남동생들과 김포 오라버니집에서 모이기로 했거든요.

낮에는 죽은 이를 추모하기 위해, 밤에는 산 이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기분이 묘하더군요.

무슨 연예인도 아닌데, 차에 옷을 몇벌씩 걸고 다녔습니다.
검은 상복을 입고 환갑집을 갈 수는 없잖아요. 절밥을 먹는 곳에 간이로 커텐을 쳐놓은 곳이 있길래, 우리 부부 거기서 대강 옷 갈아입고 출발했거든요.

어쨋든 명절이다보니 트렁크엔 선물을 가득 싣고 다녔습니다. 받은 선물, 나눠 줄 선물...... 이게 다 뭐하는 거지 싶습디다.

추석 전날엔 음식준비로 하루를 다 보내고.....
추석날엔 차례 지낸 후 일찍 이천으로 시부모님과 함께 떠났습니다.
이천엔 누가 살길래? 우리 시어머니의 친정이 있는 곳입니다.
90중반의 시어머니의 친정어머님이 살아계시거든요. 내 남편에겐 그저 단순한 외할머니만이 아닙니다.
중학교때까지 남편을 한집에서 아예 사시면서 거둬주신 분이거든요.

그 집엔 90중반의 할머니와 아들(우리 시어머니 오빠)내외, 이렇게 세 식구가 단촐하게 살고 있습니다.
시외삼촌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지금은 어학연수차 미국에 가있어서 노인네들 세분만 조용히 지내고 계십니다.

칠순이 가까우신 우리 시아버님도 거기에 가시면 그저 사위일 뿐입니다. 백수를 거의 다 누려가는 장모를 대하는 우리 아버님의 조심스런 모습은 색다른 풍경이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 시어머님도 만만치 않아요. 제 앞에서는 그렇게 무게(?)잡으시던 양반이 당신의 친정어머니앞에서는 어쩌면 그렇게도 어리광부리는 딸이시기만 하던지.

이젠 친정부모님이 모두 이세상에 안계신 내가 그분들을 보면 참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늙으나 젊으나 저렇게 부모앞에서는 편안하고 어려지는 것을, 그런면에서 볼 때 나는 너무 훌쩍 나혼자 커버린 게 아닌가싶어 서글퍼집니다.

하지만 분당에서 이천으로 떠날땐 2시간도 안걸려 왔는데, 돌아올 땐 거의 4시간이 걸릴 정도로 도로가 꽉 막혔습니다.
저녁에는 내 남동생집에 들르기로 했는데, 4~5시쯤 갈 예정이었던 것이, 결국에는 8시 가까와서야 도착했습니다.

올케가 맛있게 끓인 꽃게탕을 남편은 참으로 달게 먹더군요. 수술이후 영 입맛을 못찾더니 매콤한 꽃게탕을 먹으니 입맛이 돌아왔나봐요.
올케는 완도에서 살던 처자라 그런지, 전라도 시골음식을 참 잘 만들어요. 수더분한 외모에, 요즘 사람같지 않은 성실한 성품이 참으로 든든합니다.
내 동생, 그래도 처복이 있어서 저런 참한 색시를 얻었지싶어 내심 안심이 됩니다.

간단한 선물세트인데도 동생이 무척 고마워합니다. 한 배에서 나고 자란 핏줄이란 것이 바로 그런 것인가 봅니다.
내 살 섞어 만든 자식처럼, 형제지간 또한 남이 아닌 연분으로 일생을 함께할 인연이니까요.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그렇게 빡빡하게 조석으로 행선지를 바꿔가며 바쁘게 지냈습니다.

어제 하루 단촐히 우리 식구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그래도 시댁에 가서 낮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삼대가 독자인 집안이다보니, 어머니나 난 일생을 외며느리로 단촐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다보니 무슨 집안 일이 있을 때면 달랑 둘 뿐입니다.
어머니나 나나 둘 다 동서간의 갈등이란 건 모르고 사는데, 항상 그런 걸 화제삼아 수다떨곤 합니다.

동서가 있으면 좋겠다, 재미있겠다, 뭐 이런 이야기죠.

어머니나 나나, 친정에서도 외딸인 건 마찬가지고, 둘 다 여자없는 집안에서 나고 자라고, 시집 또한 그러하니 그것 또한 대단한 공통점이겠죠?

삼대가 독자인 터라, 차례상을 차려 제를 올려도 너무 단촐합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여자들도 술을 올리고 절을 합니다.

남들은 명절 설겆이 걱정을 하는 데, 우린 일 치르고 나도 식기 세척기에 한번 집어넣고 나면 그걸로 설겆이도 끝입니다.

누구는 전을 하루 왼종일 부쳐 허리가 휜다는데, 우린 차례 준비 한 3시간 제대로 하면 일이 모두 끝나요. 후후...

가봐야 할 곳도 단촐하고, 명절이건 평일이건 일상이 단촐한 내 생활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어제 밤엔 남편이 기타치며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뭐 대단히 한 것도 없는데, 남편은 내가 명절때 수고했다고 위로해주는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고, 나도 따라부르고.... 그러다보니 이미 명절은 가고 없네요.

남편과 아이가 다 나간 오늘에서야 컴앞에 앉아 여기 올라온 많은 글들을 오래도록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나는 너무 평범한 명절을 보냈다싶고.... 그러다보니 나는 무엇을 했을까싶네요.


모두 좋은 추석명절 되셨길 바랍니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