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물었다.
“엄마는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해?”
“그것은 왜 묻는데?”
“학교에서 엄마에 대해 알아오는 숙제를 내 주었는데 그 중에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있거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그다지 떠오르는 음식이 없었다.
음식이라면 가리는 것이 없었고 신기하고 새로운 음식을 즐기는 편이어서 내가 좋아하고 즐겨먹는 음식에 딱 맞는 답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망설이다 그럴 듯한 답을 찾았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엄마가 만들지 않은 음식이야.”
사실 그랬다.
아무 음식이나 잘 먹는 나는 내가 만들지 않고 사서 먹는 것이나 다른 사람이 만들어 주는 음식이 맛있었다.
빨래하고 밥하고 청소하는 일에 적당히 신물이 나 있던 때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러나 그렇게 말해 놓고 나는 내가 한 대답이 맘에 들었다.
그 보다 더 정확한 답은 없을 것 같았다.
미국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세계 각국의 음식을 쉽게 맛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수 많은 나라에서 이민을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음식점 종류 또한 다양하다.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프랑스나 이태리,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인도, 타이, 러시아, 월남…등의 음식점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처음엔 신기한 것을 즐기는 나답게 그런 음식들이 맛있었다.
이것을 먹어보면 이것이 가장 맛있는 것 같고, 저것을 먹어보면 저것이 가장 맛있게 느껴졌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차츰, 입이 그런 음식들을 싫다고 하였다.
먹고 나서 갈증이 나거나, 배가 싸르르 아프기도 하는 것을 보면 배도 싫은 모양이다.
밥하기 싫어 외식하러 나갔다가 번번히 괜한 짓을 했다는 실망과 함께 돌아오곤 하였다.
배도 좋다고 하고 입도 좋다고 하는 음식들은 집에서 내가 만든 음식인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도 간혹 외식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하는 음식이 좋긴 해도 손끝도 까딱하기 싫어 누군가 해 준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갈 곳이 없다.
내가 들렸던 음식점들을 이곳 저곳 떠올려 보아도 다시 가고 싶은 곳은 없다.
내 입이 그리 까다로운 편도 아니건만 가고 싶은 곳이 정말 한 군데도 없다.
아니다.
딱 하나 떠오르는 곳이 있다.
정말 가고 싶은 곳이 있다.
그 곳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음식도 맛있거니와 무엇보다 만드는 이의 정성이 음식마다 가득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곳이라면 꿈에라도 가고 싶은 곳이다.
그런 맛있는 음식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맛 본 적이 없다.
내가 가면 버선발로 뛰어나와 맞아 주는 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는 가 볼 수 없는 곳, 어머니가 있는 친정집이다.
내가 정말 먹고 싶은 것,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 울 어머니가 해 주던 음식이 생각난다.
내가 이렇게 당신이 만든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것을 알면 울 어머닌 아무리 길이 멀어도 만들어다 주었을 텐데…
저승길은 정말 멀고 먼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