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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부부 98 ( 옥동자 )


BY 올리비아 2003-01-20

요즘들어 TV를 보면
예쁜 애완견들이 참 자주 등장한다.

그럴때마다 나..
곁눈질하며 말없이 초긴장 한다.
아이들의 입에서 강아지 키우자 할까봐..ㅡ,-;;

작년.. 아이들의 극성에
아는사람이 강아지를 준다했지만
강아지 면접?을 보던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왜?"
"강아지가 너무 커서 말야~"
"그래? 너무 크면 안되지~"
"그리구말이야~ 숫놈이라말야~거시기도 커서말야~"
"푸하하..그럼 절대 안되징~~"

한동안 잠잠하던 둘째녀석
요즘들어 또 슬슬 날 자극한다.

나역시도 티브속에 강아지들보면
이쁘고 귀여워서 입이 헤~하고 벌어지지만
애들 앞에선 감정자제는 필수다.
자칫하면 틈새공격 들어온다.

"엄마 이쁘지?귀엽지?우리도 키우자!"

(에휴~~내가 못살아~~)
우격다짐인 둘째딸 요즘들어 조금 달라졌다.

"엄마~ 나 이백만원 모으면 강아지 사도 돼?"

이젠 반동정에 애걸형이다.-.-
속으론 너가 그 알량한 용돈으로
어찌 그 큰돈을 모으겠나 싶어..

"에휴~~네 맘데로 해라~~"
그리 건성으로 말하곤 잠시 긴장한다
저녀석... 무쟈게 집요한 녀석인데..-_-+

요즘 둘째딸..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동전보면
증거도 안데고 자기 돈이라며 잽싸게 주어간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녀석의 근면성?에
이젠 놀라움보다는 두려움마져 느낀다.

이젠 컴퓨터에서도 강아지홈피만 드나든다.
에구..내 그럴줄 알았씀이야..
방심은 금물이었거늘...ㅡ,-

그러던 어느날..
고딩인 큰딸을 제치고 이제 겨우 초딩졸업생인
둘째딸이 강아지와 관련된 대학을 가려면
어느 대가 있냐는둥..무슨 과가 좋겠냐는둥
사람 환장하는 소리만 한다.

나 불안한 마음에 슬쩍 꼬셔본다.
"그러지말고 너 시집가면 그때 키워라~"
"아앙~~엄마 약속했잖아~ 돈 이백만원 모으면..@!#$@"

"얌마~내가 너희들 셋키우는것도 부족해서 강아지까지 키우냠마??"
이리 말하면 대포알처럼 쏟아붓는 말들
똥오줌이며, 먹는거며, 씻기는거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참나..가만 듣고보니
내가 즈이들 애기때 키우던 얘길하고 있네..
참으로 정성이 갸륵하여 눈물겹도다..

"차라리 이 엄마를 강아지라고 생각하고 이쁘게 키워볼 생각 없뉘?"
"엥?"
"먹여주고 씻겨주고 입혀주고..그렇게 엄마한테 함 해보렴~~~"
"히히..그래.."

예상치않은 녀석의 대답에 당황한 나..
순간 녀석이 내머리를 쓰다듬으며 하는말

"아이~~귀여워라~~"
(끙..ㅡ,ㅡ;)
가볍게 한방 먹은 나..

며칠전 돈이라곤 2만원도 못 모은넘이
벌써부터 강아지 이름을 짓겠다며
어린 막내하고 다정하게 머릴 맞데곤
소근소근 거리고 있다.

"이름을 뭐로 지을까~^^"
"음..언니.. 해피로 하자~^^"
"에이~그건 너무 흔해~^^"

둘이서 궁시렁거리는 모습
애써 외면하곤 앉아있는데
드뎌 큰소리로 외치는 둘째딸..

"그래!생각났다!"

무심하게 앉아있던 나..
순간 얼떨결에 물어본다..

"뭐로?"

"옥~동~자!!"

흠머머..
불혹의 이나이에 왠 옥동자??^^*

그리곤 딸아이가 개그콘서트의 옥동자버젼으로
늘어진 카세트테잎처럼 강아지 이름을 부른다.

"옥~~동~~자~~야~~~~"(^ㅡㅡ^)

옆에서 듣던 남편도 큰딸도
어이없는듯 함께 큰소리로 웃는다..

에구..참내..
저녀석이 하루빨리 포기를 해야만이
내 마음이 편할텐데...쩝...^^;;

옥~동~자~야~~
거 이름 한번 재밌네그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