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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54)영웅이 된 나!


BY 남상순 2003-01-17

인터넷을 하면서 내 분수에 겨운 포토샵이나 플래스 등을
배운답시고 절절 매다가 힘겨우면 오목을 몇판씩 두기 시작했다.

오목도 바둑인가? 하고 무시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토닥토닥 두기 시작한 것이
이젠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그것처럼 실력차이가 확연하고 수가 무궁무진한게 없다
단순하면서도 단 한수에 승부가 나는건
승부의 세계란 점에서 어김없이 비정하다.

게다가 하수 중수 고수 영웅 이런 급수를 나름대로
만들어 놓았고 오목에도 정석이 있으며 세계적인
오목대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길려고 둔게 아니라 배울려고 두던 길이어서
잘 두는 사람한테 깨어지는 재미로 두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더 이상 오목을 둘 수 없으니
돈을 내고 점수를 사라고 한다.

그것도 장사인줄을 전혀 몰랐다.
내 아이디로 멍청하게 점수를 날려버려서
빵점이 된지라 더 이상 둘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전혀 점수에 상관없는 친선게임방에서
종종 몇번씩 두게 되었다.

그런데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라도 두어야 재미가 있지
천차만별 엉망진창이라서 친선게임방은 재미가 없었다.
남편 아이디를 내어 정신 바짝 차리고 실전게임방에 들어갔다.

그런데...우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중수인데 실력이 나보다 많이 모자랐다.
형편없이 깨어지면서도 계속 악착같이 달라 붙었다.
내가 깨질려고 오목을 두던것이 생각나서
'언제 지쳐 떨어지나 보자' 하고 어김없이 응수를 해주었다.

그런데...이게 웬일인가?
단숨에 "고수"로 올라가더니 "영웅"이 되어버린거다.

"이럴수가!" 이래서 또 웃어본다.
이제는 오목방에 드나들기 힘들게 되어버렸다.
중수 실력으로 영웅이 되었으니 큰일 났다.
고수 이상방에만 들어가야 한다.
영웅에게는 영웅이나 고수들만 상대하게 되어 있다.

영웅님께서 중수실력 밖에 안된다는 것이
여지없이 들통이 나게 된게 아닌가?
이거 참! 딱한 노릇이다.

단 세판만 두면 머리가 아파 지속하지를 못하는
60이 다된 할매를 영웅 대접을 해서 미리 떠는 사람도 있다.

얼마나 웃음나오고 난처한 일인가?
하기야 객기로 오목이나 두는데 그리 심각할게 무에 있느냐고 하겠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이 얼마나 불편하다는 것과
엉터리 영웅이 오목계에도 많드시 이 세상에도 엉터리 영웅들도 많다는 것과
항상 실력이 들통날까봐 조마조마한 인생길을 가는 사람도
제법 될 것이라는 것!

이제 빨리 마음 팍! 놓고 들어가서
영웅이 깨어지고 고수나 고수할셈이다.

영웅! 그거 부담스럽던데요? 하하하
평생에 태어나서 영웅되어 영웅심 한번 느껴봤습니다. 하하하

* 아들이 엄마 영웅이라고 했더니 자기는 신이라네요? 하하하